삼성 vs LG전자, TV·생활가전 놓고 신경전 '점입가경' 치닫는 이유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TV·생활가전 업계 '양대 공룡'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신경전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TV·생활가전 부분은 두 회사 모두 핵심 사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늘 서로의 비교 대상이 되며 경쟁구도를 그려왔다. 그런데 최근 두 업체간 미묘한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은 에어컨에서 출발한다. 소방청이 지난 12일 공개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회사별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통계 자료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당시 LG전자는 제품 결함과 관계 없는 화재였음을 밝히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높다면 화재 발생 수치도 그만큼 높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의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마치 LG전자 주장을 반박하는 의도로 비쳤다.
Gfk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8.6%를 차지해 1위이고 LG전자가 32.5%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Gfk 자료를 인용해 “2016년부터 40%대 높은 점유율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며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무풍에어컨 판매 비중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배로 크게 늘어나는 등 인기를 얻어 국내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LG전자는 빠르게 반박에 나섰다.
LG전자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며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는 수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회사 신경전은 얼마 지나지 않아 TV 시장 점유율을 두고 다시 한번 불붙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공개한 1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금액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2.1%를 차지해 1위에 올랐고 LG전자(17.1%), 중국 TCL(9.9%), 중국 하이센스(9.3%), 일본 소니(5.5%)가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75형 이상 초대형 TV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38.8%, 80형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는 98형 신제품을 앞세워 43.9%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경쟁사들과 격차를 크게 유지하며 18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달성을 위한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무대에서 성장세를 거듭하는 75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8.8%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프리미엄 TV 최대 시장인 미국 등 북미와 유럽 점유율은 각각 52.6%와 60.7%”라며 “‘초대형 TV=삼성’이라는 공식을 이어 나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전체 QLED 시장의 57.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QLED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LG전자는 같은 날 동일한 자료를 활용해 “올레드 TV 10년 혁신을 이어온 LG전자가 올레드 TV 명가(名家)로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리더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옴디아 조사 결과 LG전자의 올레드 TV 시장 내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TV=LG전자’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1분기 70형 이상 초대형 올레드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출하량 기준 75%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체 TV 시장에서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금액 기준 1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의 점유율이 46.1%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강조했다.
자사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올레드 TV가 전체 TV 시장은 물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가 커지고 있음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TV는 ‘QLED’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6년전 LG전자 올레드 TV ‘번인(Burn-in·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 '문제를 지적하면서 겪어온 ‘해묵은 갈등’이다 보니 양사 더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그동안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해왔다. 그런데 최근 양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유난히 갈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의 견제나 경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일”이라며 “겹치는 사업이 많고 상당수가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서로 경쟁 과정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삼성과 LG만 겪는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 입지나 영향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경쟁이 더 심화되는 듯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