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 HK이노엔 품고 한국콜마 키운다
[뉴스투데이=윤예은 기자] 한국콜마홀딩스 윤상현(49) 부회장은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뒤를 이은 한국콜마 2세 경영인이다. 일찍이 과감한 추진력으로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업계에서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0년 한국콜마 대표이사직과 HK이노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콜마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 총액 1조8657억원, 영업이익 732억원이다. 매출 총액은 전년대비 17.6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3.0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 4791억원, 영업이익 8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 67% 감소했다.
국내 화장품 사업 매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HK이노엔의 케이캡 수수료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비정기 인건비 지급 영향으로 판매 관리비가 증가하며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소 저조한 지난해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콜마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다. 지난 7일 한화투자증권은 한국콜마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289억원과 14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1% 증가, 영업 이익은 91.2% 증가한 수치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콜마에 대해 "올해 중국 무석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해외법인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5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 HK이노엔, 인수된 지 3년만에 핵심 계열사로 우뚝…신약 ‘케이캡’ 돌풍으로 매출 신기록 갱신
HK이노엔이 인수된 지 3년만에 한국콜마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며 4년 연속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HK이노엔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10% 늘어나 8465억원, 영업이익은 4.4% 증가해 525억원이다. 4년만에 2018년 매출 4907억원 대비 72.5%가 성장한 것이다.
HK이노엔은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되자마자 이듬해 신약 케이캡을 출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케이캡의 지난해 외래 처방실적은 1252억원으로 2021년 대비 14.3% 증가했다. 국내 개발 신약 중 단일 브랜드로 연간 처방실적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케이캡이 유일하다.
HK이노엔의 지난해 3분기누적 R&D 투자 비용은 499억원으로 2021년 50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코스피 상장 제약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신약 개발로 얻은 수익을 다시 R&D에 재투자해 수익 선순환 구조를 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HK이노엔의 최대주주는 한국콜마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42.16%다. 한국콜마의 최대주주는 27.14% 지분을 보유한 한국콜마홀딩스다. 한국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9.21% 지분을 보유한 윤상현 부회장이다. 즉 윤상현 부회장-한국콜마홀딩스-한국콜마-HK이노엔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다.
■ 윤상현 부회장, 능력 인정 받은 2세 오너…뛰어난 선구안으로 HK이노엔 인수에 결정적 역할
윤 부회장은 HK이노엔 인수의 주역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한국콜마 오너 2세이다. 세계 3대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3년 간 근무하며 M&A 경력을 쌓았다. 2009년 한국콜마 기획관리부문 상무로 합류해 한국콜마 부사장을 거쳐 2016년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 한국콜마 부회장 직을 수행했다. 이듬해부터 한국콜마 대표이사, HK이노엔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고 현재까지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HK이노엔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대표 겸직 문제를 해소하고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HK이노엔 인수를 비롯한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안팎으로 경영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한국콜마 사장 재직 당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윤 부회장은 1조3000억원을 들여 HK이노엔을 인수했다. 당시 한국콜마 영업 이익은 669억원에 불과했다. 연간 이익 20배에 달하는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윤 부회장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HK이노엔의 신약 케이캡은 2019년 대한민국 30호 신약에 등재되며 매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학파 글로벌 컨설팅회사 출신답게 글로벌 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있다. 중국사업과 미국사업 관련 설명회에 직접 나서 투자자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윤 대표는 평소 임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온화한 성품인 데다 직원들끼리 의견교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올해 한국콜마 화두는 ‘글로벌’…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화장품 수요 증가에 대비
윤동한(76)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그룹 계열사의 공통된 화두는 글로벌”이라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제약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콜마의 승부수는 미국 시장이다. 한국콜마는 현재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건립 중이며 올해 상반기 출범시킬 예정이다. 기술 연구를 비롯해 영업마케팅 등 현지 시장의 변화 및 트렌드를 반영하는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콜마의 글로벌 R&D 헤드쿼터는 서울 내곡동 종합기술원이고, 북미기술영업센터는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올리펀트에 제2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연 면적 1만7900㎡ 규모다. 올 상반기 착공해 기초화장품과 자외선 차단제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연간 기초 화장품 1억200만 개 생산 능력을 갖춘 캐나다공장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한국콜마는 밝혔다. 윤 회장은 “새 공장을 통해 제품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미국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지금이 사업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세종시 전의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전환(DX) 제조시설을 만든다. 연면적 5만8895㎡ 규모에 연간 2억2000만 개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내 착공,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이 신설 공장이 준공되면 한국콜마의 국내 기초ˑ색조 화장품 생산능력은 연간 8억700만 개로 늘어난다.
특히 색조 화장품의 경우 생산 능력이 기존 대비 약80% 증가한다. 한국콜마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생산 공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조치와 국내외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을 비롯한 화장품 시장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