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혁신 전도사’ LG화학 신학철 대표, 4년 연속 매출 신기록 경신...영업이익 8배 증가한 첨단소재 키운다
윤예은 기자 입력 : 2023.03.01 07:00 ㅣ 수정 : 2023.03.01 21:38
LG화학 최초 외부출신 전문경영인…소통하는 리더십, 현장 중심 경영으로 높은 평가 받아
[뉴스투데이=윤예은 기자] LG화학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66)은 LG화학 최초 외부 출신 경영인이다. 2019년 3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신 대표는 1984년 한국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한국인이 3M 국외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건 신 대표가 처음이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총액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총액은 전년대비 21.8%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 이익은 전년대비 40.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총액 13조8523억원, 영업 이익 1913억원을 기록했다.
■ 매년 앞자리 수 바뀌는 매출 신기록 경신…공격적 설비투자로 첨단소재 부문 성장세
LG화학 매출은 매년 앞자리 수를 바꾸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 매출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 30, 40, 50조원 대로 뛰며 가파르게 증가했다. 4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는 신학철 대표가 취임한 이후 거둔 실적이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성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서 설립됐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출발했다.
이 지분율은 2021년 12월말까지 유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상장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은 2022년 9월 말부터 현재까지 81.84%이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은 LG화학 연결 실적에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3.4% 증가해 25조5986억 원을 기록했다. 매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LG화학 매출 증가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LG화학 자체 매출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첨단소재의 중심인 양극재 사업 성장이 두드러진다.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양극재를 필두로한 첨단소재 부문에서 매출 2조58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22.9% 상승한 것이다. 첨단소재 부문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8배 증가한 4158억원을 기록했다.
양극재 사업은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 26만 톤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설비를 진행 중이다. 원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본격적으로 양극재 사업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4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 연 생산량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설립을 시작했다. 이는 단일 공장으로 미국 최대 규모로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12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 한국인 최초의 3M 수석부회장에 올랐던 신학철 대표, 구광모 LG회장의 인재 등용 성공 사례로 꼽혀
신 대표 취임 이후 LG화학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LG화학 최초 외부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점, 화학 비 전공자라는 점 등으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인재등용 성공사례’로 꼽힌다. 신 대표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특허 분쟁, 미국 시장 진출,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등 굵직한 경영 판단을 막힘없이 수행하며 ‘진격의 LG’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신 대표는 한국3M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 사업을 이끄는 수석 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3M 재직 당시 ‘혁신 전도사’로 불리우며 사내에서 위아래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필리핀 지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노사분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장실 내부에 상담실을 만들어 4개월 동안 700여 명의 직원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눌만큼 소통을 중시했다. 미국 본사로 옮기게 되자 필리핀 직원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환송회를 열어줬다는 일화가 있다. 3M 잉거 툴린 회장은 신 대표를 두고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고 효과적인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실력을 입증한 탁월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LG화학에서도 발로 뛰는 현장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1월 출근 후 대전 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오창 공장, 파주 공장, 대산 공장 등 국내 사업장 뿐만 아니라 독일, 폴란드, 중국, 미국 등 해외사업장을 두루 방문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취임 후 반 년 동안 신 대표가 이동한 거리는 약 2만5천Km로 지구 반바퀴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리더가 사무실에 앉아 고객이 중요하다고 백번을 말한다고 해도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조직 구성원은 리더의 말을 따르지 않고 리더의 행동을 따른다”고 말한 바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객의 해’로 선포하고, 위기 극복의 답을 고객에게서 찾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달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고객에게 있다”며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목표 달성을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신 대표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자세를 강조했다. 꾀있는 토끼가 3개의 굴을 미리 마련하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 혁신 실행력 강화 ▲내부 효율성 개선 지속 추진 ▲마케팅 역량 강화 ▲우선 순위화 ▲지속 가능성 분야 경쟁력 강화 ▲3대 신성장 동력 사업화 가속 등 신년 6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LG화학이 지금은 잘 나간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꾀있는 토끼가 3개의 굴을 미리 파놓듯이 LG화학은 6대 핵심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소재, 친환경, 혁신 신약 등 3대 미래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신 대표는 특히 친환경 사업에서 적극적인 외부 협력을 통한 원료 확보와 핵심 기술 내재화를 강조했다. 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주문자 위탁 생산(OEM)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고객층을 넓히고 가치 사슬 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화학 기업으로의 발돋움과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해 마케팅 전략에도 힘을 쏟을 것을 제언했다. 신 대표는 “함께 노력한다면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현재가 우리에게는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강한 실행력으로 도전하고 성취하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자”고 임직원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