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은 기자 입력 : 2023.02.28 06:35 ㅣ 수정 : 2023.02.28 06:35
넷마블 10년 재무 경력의 도기욱…전무 취임후 1년만에 첫 CFO 출신 대표로 승진 10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넷마블…중국 판호 받고 인건비 감축해 턴어라운드 박차
[뉴스투데이=윤예은 기자] 넷마블 도기욱 각자대표집행임원(50)은 게엄업계에서 보기 드문 ‘재무통’ 대표다. 현재도 넷마블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겸직 중이다. 넷마블이 재무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 대표는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할리스HNN 경영지원실장, 인디스에어 경영지원실장을 지내며 재무 경력을 다졌다. 2011년 CJ게임즈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넷마블에 합류했다. 공식적으로 넷마블 CFO직을 수행한 건 2017년이다. 2020년 상무, 2021년 전무를 거쳐 2022년 1월 대표로 선임됐다.
■ 10년만의 적자전환… 2조5000억원 투자한 스핀엑스 인수비용이 실적에 반영돼
넷마블이 10년만에 적자전환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넷마블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 6734억 원, 영업손실 1044억 원, 순손실 9064억 원이다. 매출은 2021년 대비 6.6% 증가해 창사 이래 최대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영업수지는 악화됐다. 이는 2021년 인수한 스핀엑스 실적이 지난해부터 연결 편입되면서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매출액 증가에 기여한 스핀엑스 인수가 당기순손실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넷마블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분기 518억 원, 2분기 1205억 원, 3분기 2775억 원, 4분기 4566억 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환율 상승으로 2021년 8월 스핀엑스 인수 당시 빌린 달러 차입금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고, 소셜카지노 게임의 불황으로 영업권 상각에 따른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으로 풀이된다. 넷마블은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 기업인 스핀엑스 인수에 2조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환경가전렌털기업인 '코웨이' 인수 비용 1조 74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며 넷마블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모양새다. 도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4분기에 마케팅비와 인건비가 전분기 대비 증가하지 않았고 이는 2023년 전체적인 기조로 타이트하게 비용을 관리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넷마블 영업비용은 7097억 원으로 3분기보다 3.5% 줄었다. 인건비와 마케팅비는 각각 1.6%와 15.7% 감소했다.
■ 신작 흥행 부진, 영업비용 증가, 인건비 증가 등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 줘
연간 영업적자가 현실화되면서 도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넷마블의 실적악화 위기는 지난해 출시한 신작의 흥행 부진 탓이 크다. 지난해 출시한 ‘제 2의 나라: Cross Worlds’,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샬롯의 테이블’, ‘킹 오브 파이터: 아레나’ 등의 신작 게임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영업비용도 수익성을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넷마블은 2022년 7794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게임업계 인건비 상승은 코로나19 이후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넷마블도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이같은 흐름에 올라타 매년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도 대표는 올해부터 인력 증가를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컨퍼런스 콜에서 도 대표는 “2023년 인력 증가가 없고 자연감소분이 생겨나 지난해 4분기보다 인건비가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광고비 부담도 적지 않다. 넷마블이 지난해 3분기까지 사용한 광고비는 4021억원으로 매출액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의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율이 각각 6.8%와 3.5%에 그친 것을 볼 때 넷마블의 광고비 지출은 경쟁사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 방준혁 의장 신임 두터운 ‘재무통’ 대표, 시험대 올라…영업비용 절감과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
도 대표는 넷마블 역사상 첫 CFO 출신 CEO이다. 2021년 전무로 승진한 바로 다음 해 대표로 파격승진했다. 도 대표는 경력 대부분이 재무 분야인 ‘재무통’으로 넷마블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했다. 기존 넷마블 재무통으로 잘 알려진 건 서장원 전 부사장이었다. 서 전 부사장은 코웨이 인수, 빅히트 투자, 플레이티카 인수전 참여 등 대형 M&A를 총괄해왔다.
서 전 부사장이 코웨이 대표로 이동하면서 넷마블에서 도 대표의 입지가 더욱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도 대표는 지난해 2월 7일 대표로 선임돼 권영식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체제로 넷마블을 이끌고 있다. 권 대표는 게임사업총괄을 맡고, 도 대표는 경영전략과 관리부문을 책임진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CFO 직을 수행 중인 도 대표는 M&A보다 현업에서 재무조직을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오랜 기간 재무조직을 맡아온 실무자로 방준혁 의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든 도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당장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잦은 대형 M&A에 따른 현금 유동성 경색을 해결하는 것이 도 대표가 직면한 과제다. 도 대표가 ‘재무통’ 대표로서 10년만에 찾아온 적자전환 위기에서 넷마블을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중국 사업 본격화 노리는 넷마블…선택과 집중으로 턴어라운드 이뤄낼까
올해 넷마블 실적 개선 여부는 중국 사업과 멀티플랫폼을 앞세운 신작 성과에 달렸다.
넷마블은 현재까지 중국 정부로부터 게임 4종의 판호를 발급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신작 출시와 중국 게임 사업 본격화로 실적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권 대표는 컨퍼러스콜에서 중국 판호를 확보한 게임 4종 △A3:스틸 얼라이브 △샵 타이탄 △신석기 시대 △제2의 나라:크로스 월드 등은 이르면 2분기부터 중국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넷마블은 올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 하에 멀티플랫폼(다양한 운영체제와 디바이스로 서비스되는 게임 형태)전략으로 적자 위기를 돌파하고 2분기내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메타월드 : 모두의 마블’이 올 1분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메타월드: 모두의 마블’은 기존 ‘모두의 마블’에 블록체인 ‘디센트럴랜드’를 접목한 NFT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메타월드: 모두의 마블’은) 현재 모바일 버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PC 플랫폼으로도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최대 기대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아스달 연대기’도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게임 모두 멀티플랫폼으로 PC와 모바일 동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도 대표는 컨퍼러스콜에서 “1분기에는 특별히 신작 출시가 예정돼있지 않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턴어라운드 시기는 상반기 라인업의 출시가 집중되는 2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