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또 미매각...증권사들 '셀다운' 부담 여전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추진 중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또다시 미매각 상황이 벌어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년 만기 단일물로 구성한 삼척블루파워는 전일 2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두 80억원 정도의 투자주문을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개별 민간채권평가회사평균금리(민평금리) 기준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라는 금리밴드를 제시했으나,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도 공동주관을 맡은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6곳이 미달물량(2170억원)을 떠안아야 한다.
이들 증권사는 이번 회사채 미매각을 예상했지만, 2019년 삼척블루파워와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은 상태라 이번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주관사 역할을 끌어가야 한다.
다만 증권사 6곳의 확약기간은 올해까지다. 회사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700억원이었고, 이번 발행으로 잔액은 8950억원이 돼 추가적인 발행여력은 1000억원 남짓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액인수확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다른 증권사와 함께 최대한 발행을 진행해 미매각 물량은 각 사가 인수해야 하고, 향후 발행사의 발행 스캐쥴에 따라 주관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앞서 두 차례 연속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기록을 냈다가, 지난해 9월 일부물량을 확보하면서 ‘전량 미매각’이라는 꼬리표를 어렵사리 뗐었다.
구체적으로 2021년 6월과 2022년 4월에 각각 1000억원과 18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단 한 건의 수요도 없었고, 지난해 9월엔 총 5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이번에도 전량 미매각은 피해 일부 수요 확보로 체면만 지켜낸 셈이다.
2021년부터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동시에 석탄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에 대한 반감으로, 투자자들의 회피 기조가 여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관사들은 대부분이 ‘탈석탄 금융’ 선언이 이뤄진 이전부터 존재한 계약관계지만, ‘탈석탄’ 정책 기조에 눌려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석탄발전 산업에 비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미매각 물량은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재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은 ESG 투자 일환으로 석탄금융 중단을 선언하고,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키로 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탈석탄 투자정책을 발표한 이후 2020년 8월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현대차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SK증권·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 등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제조업과 달리 증권업은 자체적인 활동만으로 환경 부문에서 등급을 받기 어려우므로 투자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탈석탄 선언한 이후에는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그 이전에 이뤄진 계약 건에 대해서는 투자 축소를 줄이며 대응하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도 신경쓰는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삼척에 지어지는 2100㎿ 규모로,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신규 건설돼 2004년 준공이 목표인 석탄발전소다. 포스코에너지(29%)와 두산중공업(9%), 포스코건설(5%) 등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올 10월과 내년 4월 각각 105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 준공을 완료 후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달 자금 중 500억원은 오는 25일 만기 도래하는 공모사채 상환에, 나머지 1750억원은 발전소 건설 자금으로 쓰인다.
삼척블루파워는 한국신용·한국기업·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 3사가 모두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총괄원가 보상 방식의 정산조정계수 적용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할 것"이라면서도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산업환경 및 제도 변경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석탄 삼척블루파워가 고금리 면에서 매력적인 투자로 여기더라도 ESG 경영 강화를 외치는 분위기에서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친환경적 사회 분위기로 이 사업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석탄은 분진이 많고 환경에 좋지 않을 수 있으나, '2050 탄소중립 전략'대로라면 남은 28년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데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문제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