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선물가격 기록적 급락, 장중 2.7달러 깨져 하락베팅 투자자들 대박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20개월만에 2.7달러선이 깨졌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7달러를 기록했던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1개월만에 62% 가까이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3월 선물가격은 100만 BTU(열량단위)당 전거래일보다 한때 7.5% 이상 하락하며 2.69달러까지 내려갔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2.7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4월이후 처음이며 작년 8월 10달러 직전까지 치솟았던 가격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천연가스 선물가격 하락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이상고온과 그로인한 난방 수요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올 1월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운 국가가 최소 8개국에 달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겨울철 이상고온을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율이 87%에 달할 정도이고 대부분 국가들이 넉넉한 재고율을 나타내고 있다. 수요감소와 높은 재고율은 곧바로 천연가스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7달러까지 떨어졌고,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MWh당 60유로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340유로 직전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6분의 1토막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상고온과 넉넉한 재고율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급락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개입하면서 천연가스 선물가격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베스팅닷컴의 분석가 바라니 크리슈난은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탈의 공동설립파트너인 존 킬더프의 말을 인용하여 “지금의 천연가스 가격하락은 날씨보다는 헤지펀드들의 머니게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물량공세로 천연가스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최근 3년간 500건의 거래를 통해 600억달러에 달하는 가스, 석유, 석탄 자산을 사들였는데, 작년부터는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거래를 폭발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고온과 헤지펀드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천연가스 선물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올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천연가스 인버스X2 상품이 올해 ETN 수익률 상위 10위권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26일 주식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대성에너지를 비롯해 천연가스 관련주들도 덩달아 신바람을 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천연가스 가격이 과연 어디까지 내려갈 지에 모아진다. 2.5∼2.6 달러가 바닥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일각에선 2달러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1월말을 고비로 미국에 한파주의보가 예고되어 있고 헤지펀드들이 수익률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한다면 다시 3달러 고지를 노크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