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2.07 15:47 ㅣ 수정 : 2022.12.07 15:47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2022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재계는 내년을 이끌어 갈 주요 경영진과 임원 인사를 속속 단행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은 사장단과 정기 임원인사가 끝난 상황이다.
올해 역시 인사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여성 인재’였다. 특히 주요 기업에서 이례적으로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발탁되며 눈길을 끌었다.
LG그룹은 지난달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부사장)이 CEO로 승진시키며 4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계열사 CEO로 올렸다.
이달 초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계열사인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로 내정했다.
삼성에서도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이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하며 오너가(家)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이들 외에도 각 그룹은 주요 계열사에서 여성 임원을 다수 중용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 상승을 가로막는 이른바 기업 ‘유리 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1300명이 넘는 대표이사 가운데 여성 수는 고작 30여명에 그친다. 쉽게 설명하면 100대 기업 대표 100명 가운데 여성 대표는 2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조사 대상 여성 CEO 가운데중 80%는 오너가(家) 인물로 파악됐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남녀 노동자 및 임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에서 임원급에 해당하는 여성 비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여성 임원 비율 25.6%과 비교하면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유리천장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이라면 그저 인사 때만 반짝 이목을 끄는 ‘보여주기식’, ‘구색맞추기식’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업들은 인사철이면 성별을 막론하고 오로지 성과·성장 잠재력 중심의 인사 기조를 확립하고 있다고 앞다퉈 강조한다. 그러나 이제는 유능한 여성 인력 풀을 늘리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시급하다.
또한 여성 임원 등용이 결코 특별하게, 상징성 있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여성 대거 발탁’, ‘첫 여성 ○○○’, ‘유리천장 깬’ 등 각종 문구가 난무하지만 ‘남성 대거 발탁’, ‘첫 남성 ○○○’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이는 곧 여성과 남성 인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
여성 임원 등용이 그저 기업의 화젯거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별 보다는 인물 한명 한명의 능력과 성과에 주목하는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