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상생경영' 성과와 숙제 모두 남겨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
이재용(54·사진) 삼성전자 회장의 핵심 경영 키워드는 ‘기술·투자·상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으로 취임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한 데 이어 부산 스마트공장을 찾는 등 상생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이 회장의 ‘미래동행’ 비전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상생 손길이 아직까지 닿지 못한 곳도 있다. 바로 ‘노조와의 상생’이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부회장 시절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동 3권 보장 등 노조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 회장이 상생·협력관계 구축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 이재용 회장, 협력업체 연이어 방문...'협력회사 잘 돼야 삼성 잘 된다"며 '미래동행’ 몸소 실천
이 회장은 지난달 회장에 취임한 후 별도의 취임식·취임사 없이 즉시 직무 수행에 들어갔다. 그가 회장으로 가장 먼저 수행한 공식 일정은 지난달 28일 광주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DK)를 찾는 것이었다.
디케이는 냉장고·세탁기·건조기·에어컨 등에 필요한 철판 가공품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업체는 1994년부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함께 28년째 일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디케이 생산 현장을 살피며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취임 첫 행보로 협력회사 방문을 택한 것은 선대로부터 이어온 삼성의 경영철학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을 잇는 미래동행 철학을 본격화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는 이로부터 불과 채 한달도 안 돼 또 다시 중소기업 현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이달 8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 도금 업체인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동아플레이팅 현장을 둘러보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다시 한번 상생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미래동행 철학을 역설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미래동행 철학을 토대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면 재정비하기도 했다. 동아플레이팅이 참여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도 미래동행 철학의 하나인 셈이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에 힘쓰고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하며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를 기준으로 협력사·중소기업 등과 협력하는 다양한 CSR 프로그램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협력사·중소기업의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 대해 이제는 기업 평가 기준이 단순히 경영성과 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제는 기업이 경영성과가 좋다고 해서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 회장 행보도 이전과는 다른 경영방식을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 노조와 상생 노력, 향후 해결 과제로 남아
이 회장은 협력회사와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 ‘상생협력의 좋은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노조와의 상생’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삼성전자노조)은 이 회장에게 노조와 보다 적극적인 상생과 소통을 해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2020년 5월 6일 대국민 사과 발표문에서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그동안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에서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와 상생 화합을 도모하고 건전한 노사 문화 정립하겠다는 이 회장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삼성전자노조는 지난 7일 이 회장 취임에 관한 입장문에서 “3대 총수로서 삼성의 미래 약속과 13만 임직원을 책임지는 세계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노동조합과 함께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노력이 없다”며 “삼성전자 총수로서 단체교섭, 임금교섭에 직접 참여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직접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직원들에게 미래 삼성전자의 비전,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총보상 우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 줘야 한다”며 “삼성전자라는 세계 초일류 기업에 어울리는 복지와 대우를 통해 수많은 우수 인력을 확보해 100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제 막 회장직에 오른 만큼 노조와의 상생·협력은 좀 더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부회장이라는 자리의 제약이 있었고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아 경영에 직접 나서기가 어려웠다”며 “이에 따라 노조와의 문제도 나서서 지휘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제는 회장에 취임했고 사법리스크도 대부분 해소됐으니 이전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노조문제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