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시대 개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0년 만에 회장 취임…'뉴삼성' 비전 내놓는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0.28 04:00 ㅣ 수정 : 2022.10.28 04:00
소문만 무성했던 이재용 회장 승진, 이사회서 최종 승인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 향상, 신속·과감 의사결정 절실" 반도체 불황·사법리스크·인수합병 등 남은 과제 극복 관건 “어깨 많이 무거워졌다....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 만들겠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이재용(54·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격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했지만 '삼성 회장'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달면서 이른바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된 후 꼬박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은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 뒤를 이어 삼성전자 미래를 이끌어 가게 됐다.
이 회장 승진 소식과 동시에 재계에서는 그의 손에서 탄생할 ‘뉴 삼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발(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수요 둔화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한 경영위기를 이 회장이 어떻게 돌파할 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취임 10년 만에 회장 승진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외이사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이날 발의한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전 세계적인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개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는 故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또한 앞서 1987년 12월 45세에 회장직에 오른 이건희 회장보다 9년 정도 늦은 나이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를 갖지 않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틀 전 이 회장은 故 이건희 회장 2주기 당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소회와 각오를 밝혔고 이를 사내 게시판에 게재했다.
이 회장은 “(이건희)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재’와 ‘기술’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 생존이 달려있으며 최고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강조했다.
■ ‘회장’ 왕관 무게 만큼 남은 과제도 무거워
명실상부한 세계 초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만큼나 그 앞에 놓인 현실적인 과제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사업 부문에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예상치를 뛰어넘고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군 수요 둔화가 이어져 전분기 대비 실적이 줄어드는 부진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비(非)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와 기술 차별화를 통한 ‘반도체 초격차(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불황 극복은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그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 시험대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스스로도 막중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삼성전자 대형 기업 인수합병(M&A)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2016년 신(新)성장 동력인 전장(전자장비)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그해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그러나 그후 이렇다 할 추가 기업결합은 없었고 그렇게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시계는 6년 전에 멈췄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성장 활로를 찾으려면 기업 M&A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대형 M&A설(說)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인수가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ARM 지분 75%를 보유한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이재용 회장이 최근 서울에서 만나 기업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포괄적 기술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이후 ARM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으로서도 다른 인수합병 후보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법 리스크 수습이 시급하다.
이 회장은 현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장 이에 따른 경영활동 제약은 없지만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 회장으로서는 하루빨리 털어내야 할 과제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취임과 관련해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직접 밝혔다.
■ 이 회장, 11월 1일 창립기념일에 '뉴 삼성' 비전 곧 내놓는다
재계 일각에서는 "마누라와 자식 다 빼고 모두 다 바꿔라"고 설파한 故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뉴 삼성'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에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해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감안하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밑그림을 보다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이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 행보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