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9.08 07:49 ㅣ 수정 : 2022.09.08 08:47
삼척블루파워 2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50억원 투자주문 공동 주관사 6개사... NH투자·미래에셋·KB·한국투자·키움·신한금융투자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추진 중인 삼척블루파워(A+)가 이미 두 차례 연속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기록을 낸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물량을 확보해 ‘전량 미매각’이라는 꼬리표를 어렵사리 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4일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두 50억원 정도의 투자주문을 받았다.
모집금액은 2년물 1500억원 설정에 20억원, 3년물 900억원 설정에 3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나머지 2350억원의 수요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삼척블루파워는 석탄사업 영위를 이유로 지난해 6월 1000억원과 올해 4월 1800억원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단 한 건의 수요도 없었다.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 세 차례 연속 전량 미매각을 낼 것이란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퍼졌으나,, 이번에는 일부 수요 확보로 체면을 지켰다.
핵심은 공동주관을 맡은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6곳이 400억원씩 미달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다.
이들 증권사는 2019년 삼척블루파워와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은 상태라 '울며 겨자 먹기'로 주관사 역할을 끌어가야 한다.
증권사 A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24년까지 총액인수확약을 맺은 건 맞다”며 “다른 증권사와 함께 최대한 발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매각 물량은 각사가 인수하기로 했고 향후 발행사의 발행 스캐쥴에 따라 주관업무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관사들은 ‘탈석탄’ 정책 기조에 눌려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대부분이 ‘탈석탄 금융’ 선언이 이뤄진 이전부터 존재한 계약관계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정책 기조로 비판의 대상이 돼서다.
특히 석탄발전 산업에 비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매각 물량은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들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석탄 삼척블루파워가 고금리 면에서 매력적인 투자로 여기더라도 ESG 경영 강화를 외치는 분위기에서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은 ESG 투자 일환으로 석탄금융 중단을 선언하고,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키로 한 상태다.
여기에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석탄발전 가동중단 계획이 발표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탈석탄 선언 이후 기존 석탄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며 “본 회사도 다른 기업들과 같이 ESG 경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선언 이전의 계약 관계에 따른 충실한 이행은 회사가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책임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수여예측 이후 기관으로부터 외면당한 회사채 발행사들은 지역과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고금리를 내세워 자금 확충을 꾀하는 모습이다.
올 내내 증시 부진으로 갈 곳을 잃은 개인들의 부동자금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어 이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서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 보다 상대적으로 ESG에 민감하지 않은 리테일 투자자들은 고금리에 매력을 느끼고 삼척블루파워 수요예측에 일부 입찰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민자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달 31일 기준 개별민평 금리는 2년 만기 5.868%, 3년 만기 6.598% 수준이다.
고금리로 주목받았던 지난달 삼성증권이 판매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선순위 회사채도 약 한 달 만에 14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만기는 1~3년으로 짧고 연 3.7~4.4%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연 단위로 나가는 이자를 쪼개서 월 이자로 지급하도록 구조를 짰다.
만기가 짧으면서도 매월 이자를 주는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몰려 이뤄낸 성과다.
여하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신규 건설되는 석탄발전소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강원도 삼척에 지어지는 2100㎿ 규모의 발전소로 포스코에너지(29%)와 두산중공업(9%), 포스코건설(5%) 등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삼척블루파워는 한국신용·한국기업·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 3사가 모두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2050년 온실가스 국내 순배출량 '0'을 달성한다는 '2050 탄소중립 전략'대로라면 남은 28년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데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문제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석탄은 일단 가성비가 좋아서 싼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로 삼척 발전소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현재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친환경적 사회 분위기가 삼척블루파워 사업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나라 화력발전소들은 문을 닫고 있고 클린에너지가 매우 중대해진 시대를 맞은건 맞다”며 “석탄은 물론 분진이 많고 환경에 좋지 않을 수 있으나, 2050년 계획대로라면 그때까지 대안책도 없이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