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식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 속속...개미 부담 '덧셈'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다수의 증권사가 주식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시중은행과 달리 조달 비용이 비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빚내서 투자하는 개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하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용융자거래에 대한 이자율도 높게 치솟는 상황이다 보니,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리기 위해 안팎으로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지난달 14일 금통위 이후 신용거래 이자율을 인상했거나, 이달 금통위 직전에 올렸던 증권사들도 눈에 띈다. 기준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증권사들의 계산기도 빨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증시 침체 상황에 강제 청산되는 반대매매 계좌가 속출하고 빚투에 따른 개미들이 손실 우려가 큰 상황에서 '빚투' 잔고는 오히려 늘었다는 데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3050억원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 잔고는 9조원대였고, 지난해 9월에는 25조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에 돌입하자 증시도 얼어붙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초 17조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7월 초를 기점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하며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신용거래도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린 곳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최고 9.7%) △메리츠증권(9.2%) △삼성증권(9.8%) △유안타증권(10.3%) △신한금융투자(9.5%) △유진투자증권(9.3%) △키움증권(9.5%) △하이투자증권(9.6%) △SK증권(9.5%) △DB금융투자증권(9.7%)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일부터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융자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 이자율을 0.9%~1.7%씩 인상 이후 약 넉달만이다.
영업점 계좌의 경우 변경 후 이자율은 △1~7일 연 4.8% △8~15일 7.4% △16~30일 7.9% △31~60일 8.9% △90일 초과 시 9.3%다. 영업점 외 계좌는 융자기관과 관계없이 9.3%다.
KB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신용거래융자(일반형) 이자율을 전 구간 현재 4.6%(1~7일)~9.0%(91일 이상)에서 4.9%~9.5%로 올린다. 앞서 지난달 1일 일부 구간 이자율을 0.3% 인상했다.
NH투자증권은 이자율을 지난 5일 0.2∼0.3%씩 올렸으며, 다음 달 13일 매수 체결분부터 재차 인상한다. 융자 기간 8일 이상의 금리를 0.2∼1.0%씩 올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5일 전 구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5.91%∼8.90%에서 6.21%∼9.20%로 인상했다.
삼성증권도 지난 9일 일부 구간 이자율을 0.4∼0.5% 올렸다. 가장 높은 금리는 지점 및 은행 연계 개설 계좌에서 9.8%(90일 초과), 비대면 계좌에서 9.9%(61∼90일 및 90일 초과)다.
하나증권과 유안타증권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를 넘겼다. 하나증권은 그린 등급 고객에 지난달부터 31~60일 기준 10.0%, 90일 초과 10.5%로, 유안타증권은 10.3%(151~180일 기준)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이전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엄포성 발언 이후 몇몇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금 낮췄으나 슬그머니 올리는 쪽에 가세했다.
신용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거래다. 증권사는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이자율은 고객 등급과 사용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일주일만 밀려도 연 4%대 이상의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신용거래는 주가 급락 시 증시에 악순환 고리로 작용해 '빚투'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되면 투자자 개개인이 손실을 볼뿐 아니라 증시도 추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지난해는 유독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조정기가 올 때마다 소위 '물타기'에 나섰다. 증시 반등 기대감에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추가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각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고 투자자들은 최근 약세장에서 매수에 나서기보다 관망세로 태세를 전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파른 긴축 시그널을 내면서 관망세는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증시 침체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로 상반기 줄어든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용거래융자 이자 인상을 꺼내들었다는 평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매월 기준금리와 회사별 업무원가, 자본비용 등을 고려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결정한다”며 “기본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금리 설정 시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 역시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 전인 지난해 8월 0.77%에서 현재 2.92%로 뛰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좋치 않아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는 은행 신용대출이나 아파트 담보대출 등에 비해 비싸다.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반대매매 등으로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은 부분을 고려해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