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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일하고 더 받겠다’는 금융노조···공감 없는 파업, 역풍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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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8.25 07:18 ㅣ 수정 : 2022.08.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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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의 노동조합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파격적인 요구안을 내놨다.

 

주 36시간(주 4.5일제) 단계적 도입과 함께 올해 임금을 6.1% 인상해달라는 내용이다. 

 

종합하면 지금보다 덜 일하고 연봉은 높여달라는 뜻이다. 금융노조는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9월 16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최근 배포한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주 36시간 도입 요구에 대해 “꽉 막힌 주장이나 고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용자(회사) 측의 임금 인상률 제시안(1.4%)은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름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매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임단협을 둘러싼 노조와 회사의 갈등이 반복되곤 한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파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름철 노동계 투쟁이 집중되는 현상에 하투(夏鬪)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이번 총파업 예고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쟁의행위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지만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금융노조 요구안 자체가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2002년 전(全) 산업에서 주 5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이로 인해 현재 국민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자평한다. 주 4.5일제 역시 선제 도입해 근로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취지는 알겠지만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은 여느 산업보다 소비자와의 밀접도가 높은 산업이다. 회사 여건이 맞으니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고객 불편 방지에 대한 내용은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또 은행원은 ‘평균 연봉 1억원’이 수식어로 따라붙을 만큼 고연봉 직군으로 꼽힌다. 회사가 잘 벌었으면 직원도 잘 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가 나올 수 있지만, 최근 금융사의 이자 장사 행태를 보면 과연 그들의 역대급 실적이 진짜 실력으로부터 나온 건지 의문스럽다. 

 

금융노조 요구대로 올해 임금을 6.1%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지출 확대에 부담을 느낀 금융사들의 채용 축소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청년 취업난 심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줄 여지가 크다. 억대 연봉자들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타격을 적게 받는다. 급격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정부의 우려는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취약계층 지원과 경제 회복 방안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이익 증대에만 몰두한 행보는 역풍이 될 수 있다. 변화에도 공감에도 필요하다.

 

금융노조는 무리한 요구로 협상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 금융권 노사 모두 지금보다 현실적인 요구안 제시로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 공감 없이 고객을 볼모로 잡은 총파업이 시작될 경우 누가 지탄받을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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