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민주노총의 SPC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 유산율 발표는 전형적인 ‘통계 왜곡’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7.22 05:43 ㅣ 수정 : 2022.07.22 07:59
민주노총 성향 ‘과대 대표’한 설문 조사 결과 바탕으로 ‘잘못된 인과관계 오류’ 범해 건보공단과 SPC그룹 전수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 유산율은 직장 여성 평균 유산율의 3분1 수준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민주노총 측과 연대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 모성보호 실태' 내용이 전형적인 ‘통계조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인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에 대한 모성보호 조치 관련 실태가 심각하다면서 그 근거로 유산율을 거론했다. 그 중 중요한 수치는 두 가지이다.
첫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지난 2018년 기준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1년 유산율은 58.3%(12명 중 5명)이고, 이는 일반적인 여성 직장인 유산율 23%의 두 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둘째, 2021년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1년 유산율은 41.7%(12명 중 5명)로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검증위원회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신 중 자유로운 태아 검진 제한, 임신 중 시간 외 근무 등과 같은 낮은 모성보호 수준으로 인해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의 유산율이 전체 여성노동자의 평균 유산율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심각한 통계왜곡 및 논리적 오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통계 왜곡 1= 민주노총은 ‘과대 대표’하고 한국노총은 '과소 대표'돼
첫째, 특정 성향의 노동자를 '과대 대표'하는 통계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검증위원회의 주장은 지난 6월10일부터 5일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모성보호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따라서 전체 모집단 중 일부 소수만 응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상황인 것으로 확대해석 한 셈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증위원회 설문조사에 참여한 제빵기사는 297명에 그쳐 SPC그룹 전체 제빵기사 5000여명 중 5.9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검증위원회는 응답자 297명이 전체 모집단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통계학적 기법을 동원해 추출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설문조사는 파리바게뜨 임신근로자 전체의 실태를 반영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위원회가 우긴다면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중 61%는 민주노총 조합원인 제빵기사이고, 39%는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000명 중 민주노총 소속은 전체의 4%인 20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6%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결과적으로 검증위원회 설문조사는 SPC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를 ‘과대 대표’하고, SPC그룹과 협력적 관계인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를 ‘과소 대표’하는 통계학적 조작을 행한 것이다.
■ 통계 왜곡 2= 검증위원회, 2018년 직장 여성 유산율 23%라고 주장 VS. 건보공단 자료, 2018년 직장 여성 유산율은 30.2%
둘째, 민주노총을 '과대 대표'하면서 잘못된 통계 인용이 이뤄지고 있다. 즉 SPC그룹 측 통계를 기반으로 비교할 경우,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유산율은 우리나라 전체 평균보다 현저하게 낮다.
실제로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000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21년 임신한 제빵기사는 188명이고 이중 22명이 유산했다고 한다. 유산율은 11.7%로 집계된다.
지난 2021년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한국여성의 유산율 자료에 따르면, 직장 여성은 미취업 여성보다 평균 7%포인트 정도 높은 유산율 추이를 보였다.
각각의 유산율은 2016년 27.2%(직장 여성)와 20.3%(미취업 여성), 2017년 28.4%(직장)와 21.3%(미취업), 2018년 30.2%(직장)와 23.1%(미취업), 2019년 30.8%(직장)와 23.7%(미취업), 2020년 31.3%(직장)와 24.5%(미취업)등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유산율은 높아지는 추세이다.
건보공단의 자료와 SPC자료를 비교할 경우 2020년 직장 여성의 유산율은 31.3%인데 비해 , 2021년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의 유산율은 11.7%에 불과하다. 파리바게뜨 재직 여성의 유산율은 직장 여성 평균의 3분의 1수준인 것이다.
더욱이 “2018년 기준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1년 유산율은 58.3%(12명 중 5명)이고, 이는 일반적인 여성 직장인 유산율 23%의 두 배 이상”이라는 검증위원회 주장 속에도 잘못된 통계 인용이 발견된다. 2018년 일반 여성 직장인 유산율은 23%가 아니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23%는 미취업 여성의 유산율이다. 미취업 여성은 직장 여성보다 유산율이 낮다. 이를 통해 검증위원회는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유산율을 과장해석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직장 여성 유산율은 30.2%이다.
■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 범해,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유산율 원인에 대한 체계적 설명 못해
셋째, 검증위원회는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도 범하고 있다. 검증위원회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신 중 자유로운 태아 검진 제한, 임신 중 시간외 근무 등과 같은 낮은 모성보호 수준이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의 높은 유산율의 원인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전자가 후자의 원인이라는 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건보공단과 SPC그룹의 전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유산율은 우리나라 평균 직장 여성의 평균 유산율보다 낮다. 따라서 "파리바게뜨의 낮은 모성보호 수준이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의 높은 유산율 원인"이라는 검증위원회 측 주장은 증명할 가치 자체가 없는 명제인 셈이다.
향후 파리바게뜨 임신 근로자의 유산율이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근무환경 요인 중 어느 것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객관적이고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검증위원회의 ‘유산율’ 발표는 SPC그룹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가 너무 강해서 이 같은 기본 상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