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기업 : SPC그룹 (2)] 민주노총이 달라는 대로 임금 주면 파리크라상은 '적자기업' 전락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6.15 08:43 ㅣ 수정 : 2022.06.15 12:04

SPC노사분규 사태의 뿌리는 2018년 1월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돼
SPC는 문재인 정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대로 제빵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민주노총은 '정규직' 아니라고 주장
민노총은 본사 직원과 자회사 직원의 동일 연봉요구...직무와 재직기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비상식적 태도
민주노총 요구사항 수용할 경우 연간 파리크라상 인건비 868억원 증가... 우량 일자리 기업 SPC의 계열사가 심각한 경영 위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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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맞춰 삼성, SK 등과 같은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같은 친기업경제정책을 예상하면서 적극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질적인 취업난 해소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수행해 온 '일자리 기업'도 숨어있다. 뉴스투데이는 청년층, 중장년층, 고령층 등 다양한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보 제공차원에서 그런 '일자리 기업'들을 발굴해 그 역할과 과제를 분석하는 연중 심층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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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본사 앞 거리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희중 / 서예림 기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SPC그룹의 노사분규 사태는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 분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그 뿌리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SPC는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5000여명의 제빵기사들을 협력사를 통해 파라바게뜨에 불법파견했다는 혐의로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결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았다.

 

SPC는 2018년 1월 노사, 가맹점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참여해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에 합의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 때 설립된 자회사가 'PB파트너즈'이다.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 문재인 정부는 자회사 '무기계약직' 전환도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SPC는 제빵기사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협력사 파견직일 때 계약직(비정규직)이었던 제빵기사들은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게 됐음을 뜻한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완전하게 이행한 조치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핵심 국정과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정규직화를 실천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수많은 비정규직을 본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커져 경영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뿐만 아니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수많은 계약직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경우, 기존 정규직이 역차별을 받는 결과를 빚는다는 주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사회여론을 감안해 절충안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무기계약직' 채용을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SPC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파리크라상 자회사의 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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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서예림

 

■ 사회적 합의 이후 3년 간 제빵기사 임금 인상률 인식 차이=SPC 39.2% vs. 민주노총 24.99%로 맞서

 

SPC는 3년여 뒤인 2021년 4월 1일 "2018년 사회적 합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3년 간 제빵기사 임금을 39.2% 인상했고, 휴무일도 협력사 비정규직일때보다 30%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제빵기사들의 임금이 3년 간 40% 가까이 올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매장 제빵기사의 연 급여(고정급 기준)는 2018년 2300만원대에서 올해 2900만원대 수준으로, 약 25%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후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SPC가 '꼼수'를 부리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도 SPC본사 앞에서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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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 그래프=서예림

 

■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관계자, "SPC와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3년간 제빵기사 임금인상률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 SPC본사 정규직 수준 대우해야 사회적 합의 이행하는 것" 

 

민주노총에서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임금 인상률은 실제로 2018년 2381만원에서 2021년 2976만312원으로 24.99%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개인별 편차가 큰 연장·휴일근무 수당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뉴스투데이는 당초 SPC와 민주노총 간의 3년 간 임금인상률에 대한 인식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들로부터 약간 다른 답변을 들었다. "제빵기사들의 3년간 임금인상률이 몇 프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SPC본사 정규직 수준으로 대우해달라는 것이 핵심요구라는 설명이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관계자는 14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임금 인상률이 25%인가 40%인가가 아니다. SPC그룹이 2018년에 약속했던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면서 "SPC 본사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하는 게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너무 어렵다고 하니까 3년 내에는 불법 행위를 했던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사회적 합의를 했던 것"이라며 "지난 사회적 합의의 핵심은 3년 내에 본사 직원과 동일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인데 현재 임금이 본사 직원의 임금과 동일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SPC 측에서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완료했다는 주장만 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단식을 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약속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 그리고 불법 파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노총 측에서 지난해 공개한 3년 간 임금인상률 자료 또한 SPC그룹이 사회적 합의 이행의 책임을 비껴가고 있는 점을 겨냥하기 위한 목적이지 구체적 인상률을 따지기 위함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 파리크라상의 연간 영업이익은 770억원, 민주노총 주장대로 제빵기사 5000명을 본사 정규직 대우하면 연간 100억원 대 적자기업 돼/파리크라상 직원과 동일한 연봉 주면서 제빵기사 고용할 수 있는 가맹점주는 거의 없어

 

민주노총 주장대로 파리바게뜨의 자회사인 'PB파트너스' 소속 제빵기사 5000여명의 임금을 SPC 본사 정직원 수준으로 인상해줄 경우 SPC 노사분규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조치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4월 공개한 임금인상률 자료에 따르면 제빵기사들의 2021년 임금총액은 2976만312원이다. 사회적 합의 이전인 2017년 2144만원에 비해 832만원(38.8%) 인상된 금액이다. 

 

이에 비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2021년 영업이익이 770억원이다. 코로나19 타격으로 2020년 영업이익이 218억원에 머물렀다. 파리크라상이 영업이익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해외 파리바게뜨 법인들의 수익성 회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잡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사람인의 2021년 직원 평균연봉은 4712만원이다.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연봉을 4712만원으로 올리려면 58.3%를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1인당 1736만원씩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다. 제빵기사 숫자를 5000명으로 잡고 계산하면 연간 868억원의 인건비가 증가된다.

 

1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파리크라상의 연간 영업이익의 1.1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재 PB파트너즈 제빵기사들의 급여는 본사인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주들이 3대 7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은 추가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맹점주들은 제빵기사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직접 '제빵기사'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PB파트너즈 소속 제빵기사들은 당초 5000여명에서 420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파리크라상 직원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주면서 제빵기사를 고용할 가맹점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모든 부담은 파리크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민주노총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일자리 기업'인 SPC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의 하나인 파리크라상이 '적자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기업의 임금체계는 직무와 재직기간에 의해 차이가 난다.  파리크라상 직원과 PB파트너즈  정규직인 제빵기사들은 직무가 전혀 다르다.  재직기간도 다르다. 파리크라상은 재직기간이 긴 중장년 직원도 많은 기업이다. 반면에 PB파트너즈 제빵기사들은 평균 재직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파리크라상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제빵기사 연봉을 보장해달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노총이 SPC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고수하는 대신에 '새로운 공존의 방식'을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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