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기업 : SPC그룹 (3)끝] 'SPC 불매운동'이 희망이라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장, 노동운동 아니라 ‘해사(害社) 행위’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6.21 06:35 ㅣ 수정 : 2022.06.28 06:44

200여명 규모인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 2만여명의 일자리인 SPC불매운동 독려
불매운동은 노동운동의 '정당성' 훼손하고 공동의 생존기반을 파괴하는 '잘못된 방법론'
민주노총 관계자도 "우리는 불매운동 언급한 적 없다"고 전면 부인
노동집약적 일자리 기업의 '직무에 따른 적정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과제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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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맞춰 삼성, SK 등과 같은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같은 친기업경제정책을 예상하면서 적극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질적인 취업난 해소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수행해 온 '일자리 기업'도 숨어있다. 뉴스투데이는 청년층, 중장년층, 고령층 등 다양한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보 제공차원에서 그런 '일자리 기업'들을 발굴해 그 역할과 과제를 분석하는 연중 심층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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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텐트. [사진=뉴스투데이 서예림 기자]

 

[뉴스투데이=박희중 / 서예림 기자] SPC그룹은 2만여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일자리 기업이다. 그 중 민주노총과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파리크라상의 임직원은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민주노총 화학식품섬유산업노조(이하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의 'SPC 불매운동'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SPC에게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시민단체와 연대해 ‘자사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노총 소속 PB파트너즈 노조, 민노총의 'SPC 불매운동'을 '마녀사냥'이라고 비판/민주노총 화섬노조 관계자,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불매운동 언급한 적 없다"고 부인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대표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의 PB파트너즈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에서 민주노총 화섬노조의  SPC 불매운동을 비난하는 대형 집회를 열었다.

 

전진욱 PB파트너즈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우리 제조기사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생산하는 제품을 불매운동 하겠다고 한다”며 “수천 명의 제빵기사들과 소상공인인 3400여 명의 가맹점주들에게 파리바게뜨 가맹점포는 생존의 현장인데 민주노총은 마녀사냥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이다. 현재 제빵기사는 4200명 정도로 그 중 4000여명은 한국노총 소속이다. 나머지 200명이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이다.

 

한 줌의 소수가  본사 직원 수준의 임금인상과 노동환경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자사 불매운동'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200여명의 노조원이 적게는 1만여명(파리크라상), 많게는 2만여명의 일터를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밥그릇을 깨자고 덤비는 것은 상식적으로 '금기 사항'이다. 

 

이처럼 금기를 깬 민주노총의 행태는 국내외 노동운동 역사에서 초유의 사건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과 같은 노동3권 어디에도 불매운동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은 공존을 위한 노동운동이 아니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해사(害社)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화섬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의외의 답변을 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민주노총화섬노조가 SPC 불매운동을 유도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민주노총이 불매운동을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민주노총이 불매운동을 유도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와 전국63개 청년단체들이 참여하는 'SPC 불매운동'과 민주노총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 민주노총 화섬노조 바리바게뜨 지회 임종린 지회장, 언론인터뷰·입장문·SNS 등 통해 '자사제품 불매운동' 언급하며 독려 / "불매운동 언급한 적 없다"는 민노총 관계자 주장은 거짓

 

하지만 "불매운동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주장은 거짓이다.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수 차례에 걸쳐서 'SPC 불매운동'을 유도하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언론 인터뷰, 입장문, SNS 등을 통해 임 지회장의 관련 발언은 확인이 가능하다.

 

임종린 지회장은 지난해 7월8일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왔지만 직장이기 때문에 불매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회사가 계속 뻔뻔하게 나오면 우리도 불매운동을 한다. 해결방법은 본사가 나와 대화를 하는 것 밖에 없다. 불매까지 가기 전에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차례의 교섭에서도 대화는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결국 단식 농성을 시작한 임 지회장은 지난 4월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사실 노조는 불매운동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저희 일자리이기도 하고, 가맹점주와 척 질 이유도 없고. 그래서 안 하는데 관심을 갖고 지지를 해주시는 거니까 감사했다"면서 "언론에 나가면 좋긴 하겠지만 이렇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투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국 임 지회장이 지난 5월19일을 끝으로 53일 간 진행했던 단식을 중단하자 본격적으로 파리바게뜨를 향한 불매운동 흐름이 형성됐다.

 

이날 임 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들도 살아서 노조를 지키자 이야기 하고, 또 이 투쟁을 이어받겠다며 70여개의 시민단체들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으로 결집했고,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우리 문제를 알리며 불매를 조직하며 함께 싸울테니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이야기 해주셔서 그 연대의 힘을 믿고 투쟁하려 한다. 이제 투쟁 2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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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 트위터 계정]

 

또 임 지회장은 SNS를 통해 SPC 불매 청년단체 기자회견 사진을 공유한 뒤 "지금 양재는 '눈물담긴 빵을 먹을 수 없다' SPC 불매 청년단체 기자회견 중"이라며 "나 대학생 땐 술만 마시고 다녔는데. 활동하는 학생, 청년들 보면 너무 대단하고 이 나라에도 희망은 있구나 싶음"이라며 청년단체들의 불매운동을 응원했다. 서울대학교와 한신대학교, 성공회대 등 대학생들이 대학 내 붙인 SPC 불매 관련 대자보를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리바게뜨 지회가 적극적으로 '자사제품 불매운동'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유도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화섬노조 관계자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면 부인' 입장을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가 '자사제품 불매운동'이 노동운동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을 유도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할 경우 '부메랑'으로 작용해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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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 트위터 계정]

 

■ 고용노동부 관계자, "노조는 노동3권에 따라 파업 할 수 있지만, 자사 제품 불매운동은 노조법 아닌 형법상 문제" / "사실 아닐 경우 기업 측이 고소할 수 있어"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앞서 "민주노총이 자사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자사 제품 불매운동은 노동3권의 단체 행동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파업을 통해 노무를 거부하는 등의 단체 행동권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사제품 불매운동의 경우 노조법상 문제가 아닌 경찰에게로 넘어가는 형법상의 문제"라며 "기업 측에서 사실 확인을 통해 사실이 아닐 경우 허위사실 유포죄 등이 적용돼 고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33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가진다. 그 중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파업을 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에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시민들에게는 불편을 끼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수많은 노조에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자사 제품 불매운동'이 아닌 ‘파업’이라는 투쟁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다. 불매운동은 특히 기업과 사회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파리바게뜨 제빵사와 가맹점주들이 자사 제품 불매운동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자영업자의 매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호소하며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 제빵기사 급여 70% 부담하는 가맹점주들, "내가 만든 빵은 사먹지 말라고 홍보하면서 월급은 더 받겠다는 것" 비판

 

특히 파리바게뜨의 경우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 급여의 70%, 파리크라상이 나머지 30%를 부담한다. 가맹점주가 평균 1.8명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가맹점주들은 제빵기사 임금 인상을 위해 지난 4년 간 임금을 40%이상 올려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가맹점주협의회는 5월16일 공문을 통해 "매장에서 함께 고객을 위해 빵을 생산하는 직원이 고객들에게 파리바게뜨가 아닌 타 빵집의 빵이 맛있으니 타매장에서 구매하시라고 응원하고 홍보하는 것은 파리바게뜨와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한 행동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SNS에 "지난 4년 제빵기사 용역비를 40% 이상 인상해 줬고 현재 월 점주 부담액이 400만∼600만에 이른다"며 "점주들 중 30%정도는 월 수입이 300만원도 안되는데 내가 만든 빵은 맛이 없으니 사먹지 말라고 홍보하면서 파리바게뜨에서 월급은 보다 더 많이 받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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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정 한국노총 전국식품노련 사무처장이 8일 SPC그룹 사옥 앞에서 민주노총과 시민연대의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을 적극 비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TV 영상 캡쳐]

 

■ 제빵기사 4000여명 소속된 한국노총 노조,  화섬노조 행태 강력 비판 / SPC 관계자 "임금인상 압박 커지면 제빵기사 고용을 포기할 가맹점주 늘어날 것" 우려

 

SPC는 민주노총의 투쟁이 길어지고 임금인상 압박이 커질수록 제빵기사 고용을 포기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점이 3400개 수준인데 그 중 700∼800개 가맹점주는 인건비 부담때문에 직접 제빵기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임금인상 요구가 계속될 시 제빵기사 고용을 포기하는 점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사실 SPC의 제빵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해서 가맹점주들도 제빵기사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평택의 대형공장에서 자동화된 설비를 통해 1차 반죽(휴면반죽)을 생산해 전국 점포에 배달하면 제빵기사들은 2차 발효를 하고 빵을 오븐에 넣어 굽는 구조다.

 

게다가 대부분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이번 불매운동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입금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이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됐으며 아침식대‧직무수당‧근속수당‧대체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이 확대됐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파리바게뜨 매장의 대부분 제조기사들은 노조를 만들기 전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PB파트너즈 노조는 “화섬노조가 불법 농성과 언론플레이를 통해 PB파트너즈 직원들의 처우가 최악인 것처럼 여론을 선동하고 호도하고 있다”며 “5000여명의 제빵기사들의 일터를 악랄하게 묘사하며 매도하는 악질적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SPC 사태는 '자사제품 불매운동'이 초래하는 '공동 이익 파괴' 문제를 과제로 남기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SPC그룹과 같은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고용창출 능력'이 큰 노동집약적 일자리 기업의 경우 '직무에 따른 적정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 200여명이 한국노총 소속 4000여명의 제빵기사들, 3400여명의 가맹점주들 그리고 2만여명의 SPC그룹 임직원들의 생존근거를 뒤흔드는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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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TV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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