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6.14 07:54 ㅣ 수정 : 2022.07.13 05:12
한국거래소 독점서 대체거래소 대안책...수차례 무산 후 급물살 해외 250개국 ATS 운영...중소형 증권사 30곳 참여, 정보수집 중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와 증권사들이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경쟁 구도로 들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14일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자본시장 인프라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대안거래소'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 도입에 따른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 진입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동안 주식을 거래하려면 무조건 한국거래소를 통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소의 선택지가 생기면서 거래시간 확대, 수수료 인하, 매매 범위 확대 등 투자자의 편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거래 자체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그 서비스가 더욱 나은 품질로 개선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독점적인 구조에서 좀 더 변화할 수 있고 다양한 체제가 이뤄져 투자자의 다양한 거래 활동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관점으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다만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신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대체거래소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가 등장했지만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떤 대안으로도 시장에서 의미가 없다. 이런 부분에서 공공적인 관리의 중요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KRX 독점서 ATS 경쟁 구도, 급물살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최근 2년 새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대체거래소는 관련 법안 제정을 계기로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민간기업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제도 개선의 여지를 통해 독점적인 거래 운용에서 벗어날 거란 기대감이 컸으나 대체거래소 설립은 수차례 무산돼 왔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67년째 독점체제를 유지 중이다.
대체거래소는 다자간 매매체결회사로 금융회사들이 모여 전자거래 기반으로 설립한 증권거래시스템이다. 정규거래소인 한국거래소와 달리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 시장감시 등의 역할이 없고 주식 매매체결 기능만 있다.
대체거래소는 특성에 따라 상장주권 전체가 아닌 특정 종목만을 거래하는 방식이 형성될 수 있다. 또 대체거래소에 대한 주식보유한도는 15%로다. 거래소의 경우 1인당 주식보유한도가 5%인 것과 비교하면 보유한도는 한국거래소보다 확대된다.
■ 해외 250개국 ATS 운영...ATS 도입, 뭐가 달라지나
한국거래소가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선 이미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됐다. 대체거래소는 미국 50여 곳, 유럽연합(EU) 200여 곳이 이미 운영 중이다.
미국은 1998년 대체거래소법을 제정, 대체거래소를 본격 허용했고 2000년엔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소집중의무를 폐지했다. 2007년 NMS(National Market System)법을 통해 대체거래소와 거래소 간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유럽서도 2000년대 들어 정규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고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최근에는 아시아도 대체거래소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체거래소는 사설거래시스템(proprietary trading system)이란 의미에서 PTS라고 부른다. 현재 일본 PTS는 SBI 재팬넥스트와 Chi-X 재팬 등 2곳이 운영 중이다.
ATS 도입은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IPO,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하면서 한국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위한 상황과 맞물렸다는 평가다. 특히 국가·시장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거래소 독점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돼 왔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반까지인 거래시간이 확대되거나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매매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등 투자자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체거래소 도입은 경쟁 촉진 차원에서 긍정적이다"며 "얼마나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나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시간 연장, 새로운 형태의 매매 체결 서비스 등은 기대해볼 만하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다만 거래비용 면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주식 매매 수수료율이 0.0027%로 해외 거래소보다 낮아 경쟁 여지가 크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 중소형 증권사 30곳 참여...증권사, 정보수집 단계
최근 금투협과 7개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지분 구조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7개 증권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금투협과 7개 대형 증권사로 구성된 ‘ATS설립준비위원회’는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으로부터 대체거래소 참여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이 중 몇 곳은 최종 확정은 아니다.
이에 따라 ‘ATS설립준비위원회’는 회사별 지분율을 최종 결정하고 올해 안에 예비 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최종인가까지는 2년가량 소요가 예상된다.
실제 대체거래소에 참여하는 증권사가 30곳 이상 되면 한국거래소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지분은 증권사 등 34곳과 자기주식(3.80%)으로 구성됐다.
대형 증권사와 IT 시스템 업체들은 대체거래소 도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설립형태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 해외 사례 수집과 관련 정보 수집 등 기초 준비에 매진하는 중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ATS가 도입되면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계 금융회사도 국내 대체거래소 진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ATS설립위에 소속된 증권사들과 금융투자협회의 지분은 각각 8∼10% 수준으로 결정됐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지분은 3% 정도로 알려졌으나, 향후 참여가 결정되는 증권사 수에 따라 변동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한 곳 늘어나면 견제 기능도 있어 나쁘지 않다는 의견쪽이다"며 "거래소가 독점이면 IPO 등 때마다 거래소 입장을 무조건 따라야 했다면 그에 따른 순기능이 작동할 것 같고 거래가 늘어나고 수수료가 많이 나오는 데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