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열 ‘RFHIC’ 회장의 외길 도전, RF트랜지스터·전력증폭기 분야 글로벌 리더 겨냥

■ 통신용 GaN 트랜지스터 생산, 한 때 중국 화웨이 수출액 상당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이동통신·방위산업 분야 화합물 반도체 전문기업인 ‘RFHIC’는 신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RF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를 주로 생산해온 회사이다. 설립자인 조삼열 회장은 40여년간 무선주파수(RF, Radio Frequency)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온 전문가로서 현재 연구소장직을 겸하고 있다.
조 회장은 1999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GaN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방식을 추진했는데, 설립 초기에는 GaN 트랜지스터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실리콘(Si) 소재의 트랜지스터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쯤 지나면서 우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GaN 트랜지스터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회사는 점차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통신용 GaN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 회사로는 한국의 RFHIC와 일본의 스미토모가 대표적이다. RFHIC가 생산한 트랜지스터는 국내에선 삼성전자 제품에 적용되었고, 해외 다수의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도 적용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중국 화웨이에 상당한 금액을 수출했었는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 수출을 포기해야만 했다.
화웨이 수출이 중단됨에 따라 2020년 매출액은 상당히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매출액과 국내외 방위산업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금년부터는 RF에너지 및 위성통신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매출액이 추가될 예정이다.
■ 세계 최초로 인공 다이아몬드 적용한 트랜지스터 개발도 성공
RFHIC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인공 다이아몬드를 적용한 트랜지스터(GaN on Diamond) 개발에 성공했으며, 100여건의 특허도 확보했다. 이 제품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 회장은 “GaN on Diamond의 뛰어난 효율성이 알려지면 조만간 전 세계 트랜지스터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 방식의 RF트랜지스터 제조 및 공정 기술은 RFHIC가 가장 앞서 있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RFHIC는 2009년 터키 A사의 에스밴드(S-Band) 레이더에 GaN 전력증폭기를 납품하면서 해외 방위산업 분야에도 진출하게 됐다. 이후 RFHIC의 S-Band 레이더용 GaN 전력증폭기는 2010년 미국 해군성 성능 및 신뢰성 검증을 완료하여 글로벌 방산업체들로부터 성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차기대포병 탐지레이더 송수신 모듈 개발을 시작으로, 2014년 해군 해상감시레이더 송신부 성능 개선, 2016년 유도탄고속함(PKG) 탐색레이더 핵심부품 국산화, 신형 해상감시 레이더 고출력 증폭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또한 LIG넥스원과 대포병탐지레이더-Ⅱ 양산사업과 해상감시레이더-Ⅱ 양산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이렇게 국내 방산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L사, B사, N사, R사, 영국의 B사, 이탈리아의 L사 등 수십여개의 글로벌 방산업체들과도 제품 공급 및 개발 등 다양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미국 SAAB사와 상당한 금액의 레이더용 GaN 전력증폭기 공급 계약을 진행했고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 절충교역에 가장 적합한 제품…소재에서 시스템까지 모두 생산 가능
RFHIC는 절충교역 분야에서도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다.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해외업체들은 그 반대급부로 한국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한국부품을 구매해야 하는 절충교역 의무를 갖게 되는데 RFHIC가 이에 아주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핀란드의 V사, 미국의 L사의 절충교역에 참여했으며, 향후 글로벌 업체와의 절충교역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RFHIC는 올해부터 방산사업 방향을 ① 수명 연한이 초과한 무기체계의 교체 및 성능개량, ② 신규 제품 개발, ③ 핵심모듈 국산화 등 3가지에 두고 방산 분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 때 화웨이 제재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방위산업의 꾸준한 매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RFHIC의 전체 매출에서 방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RFHIC는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및 유럽 방산업체 대응 및 매출 확대를 위해 201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트랜지스터 패키지 및 레이저 전문업체인 ‘RF머트리얼즈’와 기계설계·환경제어장치·안테나 분야 전문업체인 ‘RF시스템즈’를 M&A하여 소재에서 시스템까지 생산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했고,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RFHIC는 ‘RF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4G·5G 기지국의 핵심부품 개발과 다양한 방산사업 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 발생, 탄소배출 저감, 반도체 장비, 플라즈마, 의료 등의 RF에너지 및 위성통신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국내 최고의 강소기업으로 부상 중이라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