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몇 년 간 취준생들에게 한없이 유리했던 일본 취업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그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2008년의 취업빙하기와 민심악화를 기억하는 아베 총리는 지난 달 28일 ‘가장 중요한 고용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하였고 후생노동성 역시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해고나 고용 중지에 처할 근로자는 1000명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도쿄에 위치한 택시회사 로얄 리무진은 자회사를 포함한 5개 계열사에서 총 600여명에 이르는 운전기사들을 해고하겠다고 이번 달 8일 밝혔다. 사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확대와 국민들의 외출자제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마저 긴급사태를 선언함에 따라 단기간에 경영회복을 기대할 수 없어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7일부터 순차적으로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든 후에 복직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기약 없는 실직에 직원들의 배신감과 실망감은 커져가고 있다.
피해는 4월 입사를 앞둔 신입사원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사측이 경영악화와 내수부진을 이유로 입사예정자에게 일방적으로 합격취소를 통보하면서 대학졸업과 함께 무직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여대생 A씨(22세)는 3월 중순, 일찌감치 합격통보를 받았던 IT기업으로부터 ‘이미 통보했던 내정을 취소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입사까지는 겨우 2주 만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 26일. 도쿄의 한 사립대를 갓 졸업한 B씨(24세) 역시 메신저 LINE을 통해 4월 1일 입사예정이던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채용이 중지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새하얘진 머릿속을 부여잡고 다음 날 만난 인사담당자는 ‘코로나로 회사상황이 안 좋아져 부득이 채용을 취소하게 되었다’며 B씨를 다시 받아들일 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일방적으로 입사가 취소된 신입사원은 4월 10일 기준으로 총 27개 기업의 63명이었고 입사가 연기된 인원도 62개 기업의 344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집계된 숫자여서 일일이 파악이 어려운 중소기업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입사취소와 해고가 도미노처럼 번질 것을 우려한 후생노동성은 고용을 유지한 기업들에게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고용조정 조성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해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의욕 저하는 유효구인배율로도 나타났는데 올해 2월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나타나 약 3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0년에 들어서만 0.1포인트가 떨어졌는데 이처럼 큰 폭으로 구인배율이 하락한 적은 2008년의 리먼 쇼크 이후 처음이다.
2월과 3월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형 취업박람회와 기업설명회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4월에는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기업 활동 자체가 경직되면서 지금쯤 가장 몸값을 높였어야 할 2020년 취준생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는 한편 일본경제는 새로운 불황으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