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세탁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면 마스크를 모든 세대에 2장씩 배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세대구성원 수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국민들의 불만은 물론이고 면 마스크 자체가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처음 면 마스크 배부가 언론에 발표된 것은 1일 저녁. 아베 총리는 일본 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마스크 수요에 매우 유효한 대응방법임을 강조하며 자화자찬을 이어갔지만 다음 날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장 마스크 한 장이 아쉬운 일본인들은 왜 하필 면 마스크인지, 왜 굳이 세대 당 2장인지, 전달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관련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과연 면 마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방지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면 마스크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조차도 일본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찬물을 끼얹음에 따라 이번에도 아베의 생색내기식 정책에 비난이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큐슈대학의 야하라 테츠카즈(矢原 徹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면 마스크를 배부하며 어린 아이들을 위해 (개인들이 추가로) 만들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면 마스크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보다도 구멍이 크기 때문에 비말을 거르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여러 번 세탁해서 사용하면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세균이 번식하여 위생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세이루카국제대학(聖路加国際大学)의 오오니시 카즈나리(大西 一成) 공중위생학 교수 역시 "면 마스크에는 타인으로부터의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의 면 마스크 배부방침에 의문을 더했다.
또한, 5년 전 영국 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607명의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집단,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집단,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집단으로 나누어 세균감염 위험성을 비교한 결과, 면 마스크를 착용한 집단이 가장 많은 호흡기질환과 감기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WHO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기에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함에 따라 일본 정부의 면 마스크 배부는 목적 자체를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졌다.
하지만 당장 일회용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면 마스크라도 착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제조사들이 1월 이후 24시간 생산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샤프(SHARP)처럼 마스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고 있지만 2월 생산량은 총 4억 장에 그쳤다.
3월은 6억 장으로 50% 증산에 성공했고 4월은 총 7억 장을 생산할 전망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일본 내 마스크 수요는 1주일에 5~6억 장 정도로 공급량을 한참 웃돌고 있어 마스크를 둘러싼 일본인들의 불안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