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크루즈선에 승객들을 장기간 방치하면서까지 추가확산을 막고자 했던 아베 총리의 바램이 무색하게 일본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적지근한 대책과 지지부진한 바이러스 검사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아베 총리는 전국 초중고교의 일제 휴교령으로 강한 리더쉽 형성과 여론의 반전을 도모했지만 그마저도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며 그를 더욱 사면초가로 내몰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27일 오후 아베 총리가 휴교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식에 하기우다 코이치(萩生田 光一) 문부과학성 대신이 급히 관저를 찾아 휴교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보상을 논의하고자 하였으나 아베 총리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답변으로 이를 묵살하고 자리를 피했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국가의 위기관리를 책임지는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도 없었고 그를 대신해 최근 아베 총리의 신임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이마이 타카야(今井 ?哉) 총리보좌관 등만이 자리하여 휴교결정에 이른 근거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하기우다 문부과학성 대신은 ‘3월 2일부터 봄 방학까지 초중고교의 임시휴업을 요청합니다’라는 총리의 발표내용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일본의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지도 미리 확인하지도 못한 내용을 총리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후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자리를 뜨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베 총리의 발표 직후 하기우다 대신은 기자단에게 ‘내일 기자회견에서 정식으로 이야기하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뜸으로서 아무런 대책이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문부과학성 간부들 역시 ‘우리는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휴교결정 과정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대놓고 무시한 총리의 행동에 대해서 자민당 간부들 역시 ‘어처구니없는 판단’이라는 표현으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동시에 최근 그의 옆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마이 총리보좌관에 대한 의문도 한층 강해졌다.
물론 이와 같은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결정에 가장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곳은 교육현장이다.
나가노현(長野?) 이케다마치(池田町)의 타케우치 노부히코(竹? 延彦) 교육감은 ‘어린이와 교육현장에서 가장 먼 정부가 정한 결정을 상명하달로 따라야 하는 분위기에 매우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정부요청인 3월 2일보다 이틀 늦은 4일부터 휴교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늦어진 이유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준비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교원들로 구성되어 국가정책에 대한 제언 등을 담당하는 일본 공교육계획학회도 2월 29일 언론발표를 통해 ‘휴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응책 없는 일방적 휴교발표는 정치적 퍼포먼스다’라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번 달 1일에는 정부를 대신하여 민간이 만든 ‘교직원을 위한 일제휴교 요청에 대한 정보홈페이지’도 개설되었다. 사가현(滋賀?)의 초등학교 교사 이시가키 마사야(石垣 雅也) 씨는 ‘27일 저녁의 정부발표로 28일이 마지막 수업일이 되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 후에 각 자치단체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공유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직접 사이트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현장 교직원들의 헌신을 통해 이번 깜짝 휴교령도 어떻게든 무사히 진행되겠지만 현 정부와 아베 총리에 대한 불만과 의심의 목소리는 일본 국민들 속에서 점차 커지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