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시작된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체제, 임직원 지지 아래 3가지 과제 시동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26일 열린 신한금융그룹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문제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 회장의 연임 안건에 반대를 했음에도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조 회장은 신한 우리사주 조합의 찬성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전직원이 투표에 참여해 조 회장의 연임 찬반 결정이 이뤄졌다”며 “탁월한 경영으로 그간 좋은 실적을 보인 것이 찬성표를 던진 이유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3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위기 극복, ‘상품판매’ 위주의 평가 체계를 ‘고객 자산관리’ 중심 체계로 개선, 2020스마트프로젝트 완수 등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실천할 것이며, 지난해 투자상품 환매중단 사태 발생에 대해서는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올 한 해 전 직원이 하나가 되어 ‘2020 SMART Project’를 반드시 완수하고 일류 신한을 향해 도전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스투데이가 이날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이 같은 3가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이미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이 제시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자체적인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우리사주의 지지를 받은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 우리사주 조합원들 전자투표 통해 조 회장 연임 '찬성 입장' 결정
26일 주총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38%)과 일부 해외 연기금을 중심으로 반대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이변은 없었다. 조 회장의 연임 성공에는 재일교포 주주(약 15%), BNP파리바(3.55%), 우리사주(5.07%)의 찬성표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신한금융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대목은 우리사주가 조 회장을 지지한 대목이다. 조 회장이 직원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사주를 대표한 공식적인 의견표명은 없었다”면서도 “이번 우리사주의 찬성표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이 모두 전자투표에 참여한 결과를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우리사주의 지지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신한금융 대표로 계시는 동안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였고, 실적 역시 좋았기 때문에 당사 직원들도 이런 부분에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2년간 비은행 부문 강화 및 글로벌 사업 비중을 키웠다. 특히 작년 글로벌 사업 순이익 비중은 12%로 전년보다 1.5%포인트(p)나 올랐다. 그 결과 작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3조4035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신한은행 관계자, "지점 폐쇄에 대비해 핵심인력 분산 배치 및 대체근무지 확보"/신한금투 관계자, "최대한 재택근무도입하는 시스템 구축"
주요 계열사들은 조 회장이 첫 째 과제로 제시한 '코로나 19 비상대응 대응체제' 구축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주요 대기업과 IT기업들이 발 빠르게 재택근무를 시행했지만, 개인정보·금융자료 등의 외부 유출 방지로 인해 폐쇄적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금융권은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권의 재택근무를 위해 외부 서버로도 내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망 분리 예외조치’를 허용해 비상대응 체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업무의 연속성 및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자체적으로 종합상황실 운영했으며, 대체근무지를 확보하고, 핵심인력들은 여러 지점에 분산 배치했다. 또한 기업 내 예방 관련 수칙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지점이 폐쇄될 것을 대비해 업무 유지를 위해 신한은행 죽전 데이터 센터에 S&T센터·외환업무지원부·자금부·금융결제부 등 특수부서 근무를 위한 업무지속계획(BCP) 사무실을 구축했다. 또한 특수부서를 제외한 부서에서도 대체 근무를 할 수 있게 신한은행 본점, 광교 백년관, 영등포지점 등에 대체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할 수 없었던 재택근무 환경도 조성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자체에서 노트북을 제공하거나 외부PC(자가PC)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데스크톱 가상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은행권 최초로 고객 상담센터를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적으로 임산부 직원에 대한 재택근무가 도입됐다.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한 부서들은 최대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특히 본사와 달리 영업점은 대면 업무가 많아 재택근무가 어려워, 대구 지역 및 피해가 심각한 지점에 한해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 곳 모두 기본적인 방역에도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전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ICT 직원 근무지에 방역을 시행했다. 특히 내부 워크숍 및 대고객 행사 등 행 내외 행사를 금지시키고, 부서·영업점 및 외부와의 대면 회의 최소화했다. 그리고 구내식당 가림막을 설치해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조심하는 문화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라임사태 관련해 철저한 자산관리쪽으로 방향을 바꿀 듯"
조 회장은 26일 주총에서 “지난해부터 금융권 전체적으로 투자상품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였고, 저희 신한금융그룹 또한 소중한 자산을 맡겨주신 고객님들께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면서 “신한금융 전 계열사에 ‘상품판매’ 위주의 평가 체계를 ‘고객 자산관리’ 중심의 체계로 바꾸고, 고객수익률·고객만족도 등 고객의 실질적인 가치 증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피해 최소화 및 고객자산관리라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라임 사태의 연루된 금융사 중 하나로 라임 운용과 자산 운용 관련 계약(TRS·총수익스와프)을 맺은 상태에서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일반 투자자들에게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강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 고객과 대면 영업을 하는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투자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을까.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일어난 '라임 사태'에 대한 방안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현재 본사 차원에서는 사후 자산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향에 맞춰 내부 평가 체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상품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매사 고객을 위한 것인지, 고객 피해는 없는지 면밀히 살피겠다”며 “고객 퍼스트 원칙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조 회장의 주총 발언이 계열사의 변화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