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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SK브로드밴드, 하청직원 5200명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
내년 7월까지 모든 홈 센터 직원 정규직 채용 계획
SK브로드밴드가 하청직원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강조한 이후 민간 기업으로서는 첫 정규직화 움직임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1일 하청대리점 소속 직원 5200명 가량을 정규직 고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본금 460억 원 규모의 자회사를 100% 지분 투자로 설립할 계획이다.
오는 6월에 자회사를 신설한 후 7월 업무 계약 위탁이 종료되는 홈 센터 직원부터 정규직으로 채용, 내년 7월까지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모든 홈 센터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청업체나 협력업체 소속으로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 AS 관련 업무를 맡았던 103개 홈 센터 직원 5189명이 SK브로드밴드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직원은 그동안 원청 SK브로드밴드의 서비스 업무를 맡았음에도 하청 대리점 소속으로 업무 위탁계약을 맺어 근무한 ‘간접 고용’ 직원들이었다. 대부분 하청 대리점의 정규직 직원이었지만 대리점들의 경영난 등으로 인해 열악한 근로환경과 고용 불안정을 호소해 왔다.
文정부 ‘정규직화’ 기조에 영향? 다른 대기업 정규직화 압력 받을 듯
SKB 관계자, 본지와의 인터뷰서 “정치적 해석은 배제해달라” 요청
때문에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SK브로드밴드가 하청직원 정규직화를 발표한 시점이 마침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난 이후 공공기관 및 은행을 중심으로 정규직화 바람이 불고 있던 와중이라 시기가 미묘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자사 직원도 아닌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해석을 부인했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청직원 정규직 고용은) 기업에 대한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정치 역학적 해석은 배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회사 내부적으로 ‘정규직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차원도 있다고 밝혔다. “고용 불안정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하청 직원들에게 ‘대기업 자회사 소속’이 주는 (고용 안정) 체감이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화 계획은 당초 내부적 논의를 거쳐 1월 초부터 준비했던 과정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 입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규직화 방침은 사측이 고용 불안정 문제에 관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한 것으로, 결국은 큰 틀에서 문 대통령의 정규직화 철학과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종업계의 여타 기업들 또한 당황한 눈치다. 경쟁사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또한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같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업무 위탁구조를 가지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관련업계와 재계 전반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입장을 서둘러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화 방침이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될 경우, 이와 같은 정규직화 움직임이 하나 둘 늘어 곧 민간 기업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