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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국내 기업 70% “4차 산업혁명 준비 안 돼 있다”…“과도한 규제가 원인”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의 새로운 시대 이슈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대비는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철폐와 중소기업 육성 등을 예고한 가운데, 4차 산업 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 중 70% 가량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준비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10점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은 7.1점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 자사의 경영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약 76%나 됐지만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8%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부터가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이처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배경으로 ‘과도한 규제’를 꼽고 있다. 기업들 가운데서는 ‘과도한 규제 및 법적인프라 유연성 부족’을 준비 미흡의 원인으로 지목한 응답이 22.3%로 가장 많았다. 정부의 관련 규제 개혁이 가장 시급한 요구사항인 것이다.
정부, ‘신산업분야’에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해 신성장 동력 적극 지원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대책은 이 같은 기업의 니즈를 중시하면서 4가지 방향에서 추진된다. 첫째, 4차 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18일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일자리위원회가 ‘규제개선 전담관’을 만들어 일자리 관련한 비합리적 규제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신산업 위주로 최소규제 및 자율규제를 약속, 새로운 혁신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산업 분야에는 금지된 것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 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이른바 ‘유니콘 기업’에게는 경영 안정을 위해 규제 특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와 같이 정부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해 신 성장 동력을 위한 제반 정책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 또한 ‘첨단제조파트너십(AMP)’(미국), ‘Industry 4.0’(독일), ‘제조업 2025’(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가 주도의 4차 산업 맞춤 청사진이 그려질 가능성도 높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주체로 중소기업 강조
셋째,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체로 벤처·중소기업 등을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겠다고 공약하며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해 왔다.
따라서 정부의 4차 산업 육성은 특히 중소기업 역량 강화 방침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수직적이고 고착화된 구조의 대기업보다는 다양한 혁신과 아이디어, 그리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신생·중소기업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주도해나감으로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겨냥한 대규모 투자 위한 대기업 활용방안 미흡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협력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단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사업에 착수하게 되면 실패 위험이 높고 투자 효과도 즉각 나타나지 않는데다,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이 중요한 4차 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자금과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게 대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이 유연하게 신사업을 발굴하면, 대기업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중소기업에)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