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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① 문재인 대통령이 몰고 온 4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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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영
입력 : 2017.05.15 16:45 ㅣ 수정 : 2017.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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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12일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각처에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로드맵 창출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바람’이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에까지 확산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의 실현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정규직 전환에 드는 비용이 막대한데다, 한편으로는 당장 재원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 기업들이 얼마나 정부 방침에 호응해줄지도 관건이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으로 전체적인 채용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 오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정책의 쟁점은 크게 4가지이다. 

 

① 공공부문 비정규직 30만 명, 정규직 전환에 4조 원 소요예상

 

첫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는 단연 비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부문 근로자 총 인원 184만9000명 중 비정규직은 31만2000명으로 비중이 16.9%에 이른다. 공공부문은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등)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5년간 약 4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1차 타깃으로 잡은 공공기관도 자체적인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332개 공공기관 중 230여 곳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대부분 매년 누적돼 온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기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3만7408명과 간접고용 8만 3328명등을 합해 총 12만명 선이다. 12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도 아직 정확하게 추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공약 이행을 위해 현재 10조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의 일부를 정규직 전환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규직’, ‘별도 자회사 채용’ 방안 유력…‘무늬만 정규직’ 논란

 

둘째, 새정부가 급박하게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무늬만 정규직’이 양산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정규직이지만 임금 수준은 낮은 소위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채용 혹은 별도의 자회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럴 경우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여전히 낮은 임금과 간접고용 형태를 감수해야 한다. '해고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만이 정규직화의 혜택이 되는 것이다. 

 

③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 방안, 비용논란과 함께 '기득권'의 반발

 

셋째,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기관이 이들을 일반 정규직과 똑같은 직군으로 직접 전환하는 방식이지만 현실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물론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힌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근로자 초봉은 4215만 원으로, 2200만 원 수준인 비정규직 근로자와 큰 금액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비정규직과 동일호봉 체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하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직접 정규직 전환’이 아닌 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채용’ 방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공공기관 근로형태별 근로자 수 [자료=뉴스투데이]

 

공공부문 “신규채용규모 유지” VS. 민간기업 “신규채용 위축 우려”

 

넷째,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비정규직 제로시대’ 천명에 부담을 느낀 고용 주체들이 신규 채용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례없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불안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은 당장 신규 채용 위축이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공공부문 또한 사회적인 비정규직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데다 새 정부의 1호 공약인 일자리 문제 해소에 동참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 또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규직 전환과 별도로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합류할 여타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비용을 신규 채용 감소로 대체하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이다. 재계 또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명분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환 비용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바람’이 공공부문을 넘어 본격적으로 민간에도 확산된다면 당장 이들 기업의 고용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기업들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신설 시 기업들은 각각 7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의 부담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통해 연간 5000억 원 수준의 재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이미 올해 국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각 기업들에 1인당 100만 원 가량으로 산정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인건비 걱정은 여전하다. 정규직 근로자는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제가 적용돼 당장의 전환 비용을 넘는 장기적인 비용 소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을 무작정 줄이겠다는 것보다는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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