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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갑을을 뒤바꾸는 역구인 사이트를 주목
일반적인 취업과정을 생각해보자.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채용공고를 올리고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앞 다투어 잘 다듬어진 이력서를 제출한다. 그럼 기업은 각종 기준을 제시하며 서류심사를 한 뒤 지원자들을 직접 모아서 면접심사를 한다. 지원자들은 조금이라도 단점이나 흠이 보이지 않도록 회사에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입사의 기회를 노린다.
이 과정은 딱히 특별날 것도 없는 일반적인 구직과정이고 회사는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걸러내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원자들은 스펙을 쌓고 면접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역구인’이다. 지원자가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지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입사를 권유한다. 말만 들으면 직원을 구하기 힘든 비인기 업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계적 대기업인 소프트뱅크도 올해부터 도입하여 활용 중에 있다.
학생들은 역구인 사이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역구인 사이트에서 취업준비생은 자신의 능력과 자기PR, 사진 등을 통해 프로필을 등록한다. 그러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전공이나 희망업종 등으로 검색하여 각 취업준비생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설명회 또는 면접참석 등을 권유할 수 있다. 이러한 권유를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3월에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을 졸업하고 한 중견 시스템관리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A양은 ‘프로필을 등록하고서 한 달에 10건 이상씩 스카우트 연락을 받았다. 다른 구직사이트는 이용하지 않고 역구인 사이트만으로 만족스러운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대답해주었다.
A양이 역구인 사이트를 이용한 것은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등록한 순간부터 자기소개서를 본 기업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당초에는 완구업계로 취직할 생각이었으나 여러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수차례의 면접을 거치는 과정에서 IT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유명기업들도 우수인재 채용을 위해 역구인 사이트를 이용 중
역구인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주된 이용기업은 역시 벤처기업들이었다. 일반적인 구직사이트에 공고를 올려도 유명 대기업만큼 주목을 받을 수 없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역구인 사이트를 이용해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반채용 외에도 ‘No.1채용’이라는 채용방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포츠, 공부, 취미 등에서 학생시절 No.1이 되어본 적 있는 지원자를 평가하고 입사시키는 방식이다.
종래에는 일반채용과 같이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모으는 방식이었으나 올해에는 역구인 사이트에서 ‘No.1', '제일’, ‘수석’과 같은 단어로 검색하여 이미 10명 이상의 면접을 마쳤다. 향후에는 엔지니어 채용에도 역구인 사이트를 활용한다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계획이다.
한국에서 일본취업을 준비하기에도 역구인 사이트가 효과적
역구인 사이트의 장점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지 않아도 자신을 어필하고 기업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역구인 사이트에 가입하고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가능하고 기업 인사담당자와의 연락은 메일을 활용할 수 있다. 면접 역시 전화나 화상통화를 이용하면 되기에 더 이상 해외취업 박람회나 일본 구직사이트를 찾아다니고 검색할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역구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일본기업의 상당수가 IT기업이라는 점은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충분한 경쟁력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인 역구인 사이트는 잡래스(jobrass.com), 오퍼박스(offerbox.jp), 키미스카(kimisuka.com) 등이 있으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당장 방문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