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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층 인구 고용률 OECD 국가 사이에서 5년째 1위
'일하는 노인'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우리나라의 연금‧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못한 탓에 노년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층 인구의 고용률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8일 OECD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75세 이상 고용률은 17.9%다. 2위 멕시코(17.0%)보다도 1%포인트 가량 더 높다. 나머지 국가들이 모두 한 자릿수 고용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초고령층 고용률은 절반으로 줄어 8.3%로 3위였고 포르투갈(6.6%), 뉴질랜드(6.1%)가 4, 5위를 차지했다. 유럽 국가들 내에선 일하는 노년층이 거의 없었다. 덴마크 0.0%, 프랑스 0.5%, 벨기에 1.2%, 독일 1.8%이었다.
OECD 평균은 4.8%로 우리나라보다 13.1%포인트 낮았다. 한국의 초고령층 고용률은 2011년 15.5%, 2012년 17.3%, 2013년 18.1%, 2014 19.2%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5년째 OECD국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연령대를 좀 더 낮춰 65세까지로 확대해봐도 한국의 고용률은 OECD 상위권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0.6%로 전체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8.7%)에 이어 2위였다. OECD 평균은 13.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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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평균의 4배...노년층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1.9% 불과
한국 고령층 임시직 비율은 미국의 10배 이상
노년층 고용률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일하는 노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조사한 결과 일하는 노인 이미지는 3명 중 2명(67.1%)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노인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노년층의 대부분은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3가지의 명백한 수치를 근거로 하고 있다.
첫째,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 소속 국가중 최고 수준이다. 201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8.8%로 OECD 평균 12.6%보다 4배 더 높다. 회원국 중 유일하게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 노년층 연금의 소득대체율 역시 21.9%에 불과해 일을 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국의 경우 독일 65%, 스웨덴 61%, 일본 59.9% 등으로 50%를 넘기는 모습과 상반된다.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55~79세)의 취업 동기 중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항목은 2013년 32.8%, 2014년 33.5%에 이어 2015년에는 57.0%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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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연금이나 복지 제도가 미성숙한 탓에, 노후 소득기반이 부족한 초고령층들이 일자리를 찾아 소득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셋째,한국 고령층 고용의 질은 최악 수준이다. ‘소득절벽’으로 인한 ‘빈곤 상태’에서 구직시장에 나간 한국노인들은 열악한 일자리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하는 상황이다. 한국 고령층의 고용율은 OECD국가중 2위이지만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일하는 한국 고령층의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은 각각 41.3%와 25.3%에 달한다. 반면에 미국은 고령층의 고용율은 18%로 한국보다 낮지만 임시직과 단기고용 비중은 각각 3.9%와 5.5%에 불과하다. 임시직과 단기고용비중을 합친 비율을 보면 한국은 76.7%에 달하지만 미국은 그 8분의 1을 밑도는 9.4%에 그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고승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비자발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후,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임금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상황"이라며 "일하는 노인들이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고령 근로자에 적합한 근무 기반과 직업훈련 기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