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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근 안내방송 도입’해 공무원의 금요일 조기퇴근 권장
공직사회는 '저녁이 있는 삶' 실현?, 민간기업은 '먼 이야기'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정부가 일·가정 양립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들 중심으로 정시 퇴근하는 분위기를 확산 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공직사회도 여전히 퇴근 시간에 상사의 눈치를 안보고 ‘칼퇴근’ 하기는 어렵다. 이에 정부 세종청사에는 퇴근 시간을 앞두고 안내방송을 도입하는 등 ‘정시 퇴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월요병에 지치기 쉬운 오늘이지만, 한 주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 둔다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으로 초과근무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24일 오후 5시55분, 청사 내 모든 곳의 스피커에서 방송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의 제안으로 이날부터 시범 도입했다. 전문 성우가 아닌 업무 담당자 신솔원 고용부 사무관이 직접 녹음해 친근감을 높였다.
이번 안내방송은 인사혁신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정시퇴근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고용부가 제안한 일종의 캠페인이다. 고용부는 세종청사를 시작으로 서울, 과천, 대전 정부청사에도 안내방송을 할 수 있도록 각 청사 관리소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퇴근 직전 전파되는 안내 방송은 요일별로 내용이 달라진다. 가족의 날인 수요일은 정시 퇴근을,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를 당부하는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다. 5월부터 전 부처에 확대 될 예정인 '가족과 함께 하는 날' 주간의 금요일에는 퇴근 시간이 오후 4시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은 월~목요일 동안 총 2시간 추가 근무한 후,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일본에서도 우리보다 두 달 먼저 시행됐다. 현재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만 도입된 상태다.
고용부는 둘째, 넷째주 중 금요일에 월 1회 단축근무를 쓰도록 권고한 상태다. 다음 달부터는 한국전력공사 등 17개 공공기관도 이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한다.
이 외에도 장시간 불필요한 근무를 줄이기 위해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유연성을 더 높여 꼭 금요일이 아니라 자신이 편한 요일에 일찍 퇴근한 후 나머지 요일에 그만큼 추가 근무를 하기로 했다. 단,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 일주일 또는 한달 단위로 계획을 받는다. 모든 부서가 한꺼번에 쉬면 업무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단축근무가 아니더라도 평일 다양한 유연근무제도가 시행 중이다. 농식품부 과장급 직원에 따르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한 시간 늦게 출근해 그만큼 늦게 일을 끝내는 문화가 정착해 있기도 하다.
공직사회의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비롯한 근무 유연제는 자연스럽게 '칼퇴근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화학 관련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K씨는 “우리 팀의 경우 6시가 되면 과장이 큰 소리로 퇴근하자고 외쳐서 그나마 눈치를 덜 보지만, 사실 공장 운영하니 정시 퇴근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며 “정부 청사의 안내방송 역시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L씨는 “공무원들이야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니까 가능하지만 민간기업에서는 그런 안내방송을 만들어서 틀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