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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헬스장 10곳 중 9곳은 5년 안에 문 닫아… 보육시설은 절반 이상 유지
참담한 지난 해 자영업 현황, 7만3660개 창업했으나 7만 4080개 폐업해
서울의 자영업자는 업종에 따라 3년 내 살아남는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한 업종에 따라 생존율 편차가 지극히 큰 것이다.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급증한 헬스장은 3년도 안 돼 망하는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보육시설의 경우 한번 차리면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영업을 유지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는 빅데이터를 통해 서울에서 창업 할 때 상대적으로 ▶쉽게 망하는 업종 ▶장사가 잘 안되는 지역 ▶폐업 확률이 높은 자영업자 연령대 등을 분석했다. 자료는 고객들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기반으로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창업한 가게는 7만3660개였다. 창업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음식점이었다. 2016년 서울에 생긴 음식점은 총 2만1020개로 전체 창업한 가게의 28.5%를 차지했다. 패션 관련 점포(5170개)와 학원(4490개), 카페(2380) 등이 뒤를 이었고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트렌드로 인해 피트니스센터도 총 1450개가 개업했다.
그러나 새롭게 문을 연 가게보다는 소리 없이 사라진 곳이 더 많았다. 지난해 영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문을 닫은 가게는 서울에만 총 7만 4080개에 달했다. 자영업을 시작할 때 창업·폐업의 통계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창업의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후 채 3년도 안 돼 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헬스장이었다. 지난해에 서울에서는 1450개 헬스장이 문을 연 반면 950개가 사라졌다. 3년 이내에 폐업하는 비율도 69.3%에 달했다. 헬스장의 5년 이상 영업 비중은 10.8%로 10곳 중 9곳은 5년 내 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너무 많은 경쟁업자들로 인해 포화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높은 업종으로는 헬스장과 마사지샵에 이어 카페(63.1%), 음식점(62.4%), 미용(61.7%) 등이다.
반면에 유치원‧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은 한 번 차리면 5년 이상 영업을 하는 비율이 57.4%나 됐다. 인테리어업도 5년 이상 망하지 않고 영업하는 비율이 49.9%였다.
서울시 중구 창업 생존율 가장 높아 “오피스 상권 형성으로 기본 수요 보장”
서울에서 창업 후 3년 이내 ‘조기폐업’하는 가게가 가장 많은 곳은 강서구(58.1%)였고, 마포구(56.9%), 관악구(56.7%)가 그 뒤를 이었다. 마포구의 경우 20~30대 폐업율이 36.2%로 가장 높았다. 다른 곳에 비해 자영업 경쟁이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구는 25개 구 가운데 조기폐업하는 가게가 가장 적었다. 중구의 3년 이내 폐업률은 42.7%로 평균(52.9%)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5년 이상 유지되는 비율도 42.2%로 평균 29.8%보다 높았다. 신한카드 빅데이터팀은 “중구는 오피스 타운이 조성돼 있어 수요가 보장되고, 최근 구 상권에서 신 상권으로 변화하는 과도기라는 점 때문에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40대의 ‘능동적 창업’ 증가 추세 속에 20대 폐업률 가장 높아
과거 60대 이상 은퇴자들이 어쩔 수 없는 생계유지로 창업을 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은퇴 전에 자신만의 사업을 꿈꾸며 능동적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60대 이상이 서울에서 창업한 가게는 지난해 5940개에 불과한 반면 40대는 2만 2430개였다. 세대별로 분류해도 40대 창업률이 30.4%로 가장 높다.
창업한 지 3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은 20대가 76.4%로 가장 많다. 정부의 청년창업지원 사업이 수치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데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대는 65,5%, 40대는 53.1%, 50대는 46.7%, 60대는 3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