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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육식남에서 초식남으로, 이제는 절식남까지 등장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몇 년 전에 한국 내에서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반대되는 의미로는 '육식남'이 있는데 이는 모두 일본에서 넘어온 표현들이다.
육식동물에 빗댄 의미의 육식(肉食)남은 이성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연애와 결혼을 시도하는 남자들을 의미하며 시기적으로는 80년대 이전 출생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초식(草食)남은 이성과의 연애나 결혼에는 소극적이고 본인의 취미와 행복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다. 80년대 이후의 출생자들이 겪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소득에 비해 높은 결혼·양육·생활물가에 따라 이성과의 교제보다는 자기만족을 우선시하면서 나타난 단어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원조인 일본은 지금 어떨까. 일본은 초식남을 넘어 '절식(絶食)남'이란 말이 나온지 오래다. 단어를 그대로 풀어쓰면 식사를 끊은 남자라는 뜻으로 이성과의 연애와 결혼을 아예 단념해버린 남자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절식남과 절식녀들이 인력부족과 더불어 이미 일본의 큰 위기로 부상하였다.
한번도 결혼하지 않는 ‘평생미혼률’이 사상 최고치 갱신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5년에 한 번씩 정부의 국세조사(國勢調査, 일본의 기초 통계조사)자료를 분석하여 ‘평생미혼률’수치를 산출한다. ‘평생미혼률’은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인구수를 뜻한다.
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남자의 평생미혼률은 23%, 여자는 14%로 확인되었다. 남자는 4명에 1명, 여자는 7명에 1명이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특히나 직전 조사인 2010년 수치에 비해 남녀 각 3% 이상씩 상승하여 1970년부터 시작된 조사 이래 최고기록을 갱신하였다. 2000년에만 해도 남녀 각 12%, 6%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20년이 안되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에 해당한다.
동 연구소가 작년 9월에 발표한 출생동향 기본조사 자료에 따르면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18~34세의 미혼자 비율은 남자가 85.7%, 여자가 89.3%였다. 결과로만 보면 높은 수치임에는 틀림없으나 결혼비용과 결혼 후의 주거비용 확보가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나 매해 증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미혼률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 간다면 50년 후의 일본 인구는 8800만 명
동 연구소는 이번 달 10일 장기적인 일본인구를 예측하는 장래추계인구를 발표했는데 2065년이면 일본인구가 지금보다 30% 이상 감소한 8808만 명이 될 것이라는 결과였다. 이마저도 최근 몇 년간 상승한 신생아 출생률을 반영하여 충격을 줄인 결과지만 50년만 지나면 성인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진다.
2015년의 일본 총인구는 1억 2709만 명이기 때문에 이 속도로 간다면 2053년에 처음으로 1억 명이 깨지게 된다.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총 인구대비 60.8%(7728만 명)에서 51.4%(4529만 명)로 감소하고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현재의 26.6%(3387만 명)에서 38.4%(3381만 명)까지 가파르게 상승한다.
후생노동성은 같은 날 이와 같은 예측결과를 사회보장심의회에 보고하였으나 저출산·고령화 경향을 개선할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일본의 사회보장제도가 지속가능한지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법하다.
일본보다 인구도 적고 출생률마저도 낮은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긴장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나리오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