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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명줄 쥔 국민연금, ‘국민노후’ 두고 막판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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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입력 : 2017.04.13 14:09 ㅣ 수정 : 2017.04.13 14:10

▲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떻게 결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뉴스투데이



국민연금,“내부 투자위원회 열어 14일중 최종입장 결정”

산은,“국민연금의 추가요구 들어줄 이유 없다” 강경입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해양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입장정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할 지, 반대할 지, 기권할 지를 놓고 13, 14일 중 투자위원회를 열고 내부적으로 최종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국민연금이 거부할 경우 대우조선은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직행하게 된다. P플랜은 사전회생계획제도로,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 장점을 합친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말한다. 법원이 강제 채무조정을 한 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산업은행, “은행 돈도 국민 돈”이라며 ‘국민연금 결단’ 압박 =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에 채무 재조정을 3개월 정도 미루고 대우조선 실사를 다시 할 것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 회사채 6-1(4400억 원)의 40% 이상인 19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3887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액수다. 이를 포함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3887억원어치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투입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이에 앞서 산은의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조정, 4월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등도 요구했으나 산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은 국민연금이 자기들 손실만 줄이겠다는 이기주의라며 오히려 국민연금의 태도를 비난했다. 산은과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2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국민연금의 돈만 국민의 돈인가, 수은의 돈도 국민의 돈”이라며 국민연금의 협상 태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행장은 “조건을 협상할 수는 있지만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자기네가 실사하겠다는 등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는 것은 조정안을 거절할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으로 겪은 ‘악몽’ 재연? = 이제 공은 국민연금에게 넘어갔다. 산은과 수은이 추가적인 요구를 모두 거부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운용전략실장, 주식운용실장, 채권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지원실장과 본부장이 지명하는 팀장 2∼3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산은으로부터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해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임을 시사했다.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져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게 되면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채무재조정안 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하고,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서 회생에 성공해 나중에라도 보유 채권 전부를 회수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P플랜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손실 분담 원칙에 따라 청산가치를 초과하는 무담보 채권은 전액 출자전환되기 때문이다.

◇ P플랜 들어가면 농협 등 손실 규모 급증 =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이 통과되어 자율적 채무조정에 들어갈 경우 대우조선에 물려있는 시중은행의 손실액은 하나 3529억원, 국민1157억원, 우리 212억원, 농협 151억원, 신한 108억원, 전북 100억원 등의 순이다.

그러나 P플랜에 들어가게 되면 손실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농협이 4298억원으로 손실규모가 가장 커지고, 국민 3351억원, 하나 4100억원, 신한 2123억원, 우리 514억원 등의 순으로 바뀐다. 한국신용평가는 자율적 채무조정이 성공할 경우 시중은행이 입는 손실액은 5311억원인 반면, P플랜에 따른 추가 손실 규모는 1조4540억원으로 추산했다. 손실금의 규모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자율적 채무조정이 현재로선 손실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대우조선에 대한 채무재조정안에 대부분 합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우조선의 협력업체들은 법정관리인 P플랜이 아니라 회생 가능성이 있는 채무조정안이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대우조선해양 글로벌탑 협의회 회원,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 회원 등 1300여개사의 대표단은 1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 후 부산과 경남을 비롯해 국내 조선기자재업체는 경제한파가 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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