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 빚 내서 주식 산 신용잔고 7조2000억원
공매도 지표로 활용되는 대차잔고는 올들어 20조↑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개인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빚까지 동원하며 투자하는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대량의 공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을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섬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향후 주가향배에 따라 어느 한쪽은 손실을, 다른 한쪽은 이익을 보게 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시장의 55%는 개인투자자의 빚이 차지=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7조2000억원에 달했다. 시장 별로는 유가증권시장 3조3001억 원, 코스닥시장 3조9666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의 비중이 55%를 차지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금액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주가상승에 베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초만 해도 6조8083억원에 그쳤으나 미국 증시의 상승과 향후 증시가 좋아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3개월만에 4371억원이 늘었다. 이 같은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11월2일의 7조2760억원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공매도 물량출회 우려되는 대차거래잔고도 역대 최고치=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주식을 빌려 거래하고 남은 '대차거래' 잔고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공매도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고는 7일 기준 68조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올해초48조1031억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19조9254억원(41.42%) 증가한 수치다.
신용잔고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하는 반면, 대차거래란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를 뜻한다.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 상당물량이 공매도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반면,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일정기간이 지나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이를 다시 사들여 주식으로 갚는 방식이다. 향후 주가가 올라가면, 공매도를 이용한 쪽은 손실을 보는 반면, 향후 주가가 내려가면 공매도를 이용한 쪽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주범이라면서 공매도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차거래 잔고 증가세로 공매도 폐지요구 다시 거세질 듯=그 동안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공매도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공매도 제도의 폐지를 줄곧 요구해왔다. 현물시장에서 개인들은 주가상승 때만 이득을 보는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들은 공매도를 활용해 주가하락 때도 이득을 볼 수 있어 경쟁 자체가 안되는‘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다는 논리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닥 대장주셀트리온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방지하겠다며 공매도가 없는 증권회사로 계좌를 이동하는 실력행사까지 벌였다. 이런 논란 끝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공매도가 급증하는 동시에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는 공매도의 99.53%를 외국인과 기관들이 주도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어김없이 공매도 물량이 늘면서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 초부터 7일까지 대차거래잔고가 많은 종목을 보면 수량 기준으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3억97만주로 1위를 기록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삼성전자가 8조2834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대차거래 체결 주식 수가 올해 3122만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2195만주가 상환됐고 3191만주가 남았다. 금액으론 2조8748억원이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8533억원), 로엔(2883억원), 바이로메드(2431억원)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