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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채권 포함하면 출자전환비율 역전…산은 및 수은 9%, 시중은행이 20%, 국민연금 50%
출자전환비율 큰 국민연금 주가하락시 채권 회수율 12.3%로 급락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오는 17∼18일에 열리는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채권의 출자전환비율이 사실상 사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조정됨에 따라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이 그 손실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통보한 조정안에 따르면, 출자전환비율은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국민연금 포함)50%이다.
출자전환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대우조선해양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산은 및 수은과 시중은행이 국민연금과 같은 사채권자보다 더 큰 희생을 감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선수금환급보증(RG) 채권을 제외한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RG채권을 포함시킬 경우 국민연금의 출자전환비율이 시중은행보다 높아져 대우조선해양의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가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유리한 조정안을 국민연금에게 강요함으로써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집회 결과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액 부담이 최대 98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위험노출액을 1조8000억원(△KEB하나 6930억원 △국민 5199억원 △신한 2985억원 △우리 2289억원, △기업 278억원 △JB 179억원 △BNK 102억원 등·5일 기준)으로 추산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은행의 추가 충당금적립액은 4411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합의안 부결로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합쳐진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가면 시중은행의 충당금 부담액이 9878억원으로 불어난다. 가장 손실 우려가 큰 은행은 KEB하나은행이다. 무담보대출채권 비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KEB하나 4989억원 △국민 2750억원 △신한 1270억원 △우리 429억원 △기업 186억원 △JB 161억원 △BNK 92억원 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은 무담보대출채권의 80%를 출자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나머지 20%에 대한 무담보대출채권 역시 만기를 5년 연장해줘야 한다. 해당 조정안이 시행되면 시중은행들은 약 7000억 원에 달하는 무담보대출채권의 80%에 해당하는 5600억 원 가량을 출자전환해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KEB하나은행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80%를 출자전환 할 경우 4000억 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투자관리위원회에 이어 지난 5일 투자위원회까지 열었지만, 대우조선 구조조정안 수용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든, 이를 거부하든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약 3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오는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한 뒤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2682억원, 이를 거부하면 3887억원의 평가손실이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대로 평가손만 놓고 보면 금융당국의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형평성’에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로 출자전환 비율을 제시했지만, 이는 선수금환급보증(RG) 채권을 제외한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은과 수은, 시중은행의 RG채권까지 포함할 경우 이번 구조조정안에 따른 출자전환비율은 산은과 수은이 9%, 시중은행이 20%, 사채권자가 50%로 파악된다.
채무 재조정안이 수용돼 별 차질 없이 RG채권이 상환되면 산은·수은과 시중은행의 부담은 애초 제시한 출자전환 비율이 대폭 줄지만, 사채권자는 그대로 50%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대우조선의 주가가 거래 재개 후 업계 안팎에서 추정한 5000원대를 유지한다고 해도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했을 때 국민연금의 회수율은 12.3%에 그친다. 하지만 반대로 P플랜의 경우 채권 발행자인 대우조선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손실 보전이 가능해 P플랜쪽으로 더 기우는 분위기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12일께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재논의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