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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선우명호 교수 “미래자동차산업은 ‘데이터의 왕국' 구글‧아마존이 지배” 강조
주행경로, 환경인식, 위치정보 등에 대한 방대하고 정밀한 데이터가 승부처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2010년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세상은 놀랐고, 곧 궁금해졌다. 왜 자동차기업이 아닌 IT기업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먼저 선보였을까.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공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3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KPC) 주최 ‘정갑영과 함께하는 신산업혁명 프로그램, 2017 CEO북클럽’의 세 번째 강사로 나와 그 질문에 대답했다.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기술력으로 ‘데이터’를 꼽았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방대한 데이터’덕분이다.
자율주행차산업에서 IT업계는 자동차업계와 양대산맥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의 주요 핵심 기술로 ▲플랫폼 설계 기술 ▲차량제어기술 ▲경로생성기술 ▲환경인식기술 ▲위치정보기술을 말했다. 이중 경로생성, 환경인식, 위치정보 기술 등 핵심기술의 반 이상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때문에 데이터면에서 풍부한 IT업계가 중요해졌다.
로봇업계도 자율주행에 도전했다. 그러나 현재는 거의 발을 뺐다는 게 선우 교수 설명이다. 그는 “10년 전쯤 자율주행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니깐 로봇분야 전문가들이 이 산업에 많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다 나갔다”며 “로봇은 비교적 (행동의) 제약이 없는 곳에서 움직이지만 도로조건은 시시각각 변한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는 "로봇(기술)은 이처럼 모든 변수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기술)과 역량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는 부드럽게 주행해야 하는데 로봇기술을 적용하면 승차감도 떨어졌다”면서 “결국 로봇과 사람이 탑승하는 자동차는 서로 다른 기술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지도, 닛산은 운전자 패턴 데이터 풍부 “미래자동차시장의 큰 자산”
결국 ‘데이터’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IT업계가 자율주행차 시장에 살아남았다.
구글이 자동차시장에 참여한 이유도 바로 데이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구글은 전세계 지도의 60%를 갖고 있다.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지도’는 엄청난 자원이 된다.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는 구글이 가만 있을 수 있었겠나”고 반문했다.
지도가 자율주행차의 핵심 데이터이긴 하지만 운전자의 성향도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여기에 주목한 기업은 닛산이다.
선우 교수는 “닛산이 2011년부터 전기차를 팔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자동차다. 닛산은 미래자동차시장을 염두하고 데이터를 모았다. 닛산은 판매한 차에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도록 만들었다”며 “전세계로 퍼져나간 닛산의 전기차는 운전자들의 운전패턴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틀림없이 이 데이터들은 훗날 닛산의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의 양만큼 중요한게 데이터 가공․활용 능력, 그중 으뜸은 ‘아마존’
IT기업들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강자가 될 수는 없다. 선우 교수는 “IT기업이든 자동차기업이든 AI와 빅데이터를 잘 가공․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승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선우 교수는 그중에서도 ‘아마존’에 주목했다. 자율주행에 핵심 데이터라 할 수 있는 위치기반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구글이 아닌 왜 ‘아마존’일까.
선우 교수는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정말 잘 만질 줄 아는 곳이다. 저 또한 아마존을 이용한다. 뭘 사려고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마존은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내가 뭘 사려는지 이미 알고 있다”며 “단순 제품 추천이 아닌, ‘너 지난주에 우유 산거 다 마셨지? 우유 사’라고 알린다. 정말 대단한 가공 기술이다. 아마존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듯 하다. 아마존 때문에 월마트 문 닫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AI비서 ‘알렉사’도 출시했다. 알렉사가 수행하는 서비스만 1만개가 넘는다. 트위터, 우버, 배달 업체 앱들과 연동되고, 스마트 홈과 스마트 카 제어도 가능하다. 현재 음성비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단연 빅데이터․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강자’ IT기업과 ‘기술 강자’ 자동차기업, 손잡고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싸움
IT업체가 ‘데이터 강자’라지만, 단독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긴 어렵다. 결국 자동차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선우 교수가 주목한 아마존도 포드와 협력해 자율주행차를 개발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버-볼보 ▲구글-크라이슬러 ▲인텔-BMW-모바일아이 ▲엔비디아-테슬라 등 IT기업과 자동차기업 간 협업이 활발하다. 또 데이터가 풍부한 ▲나사와 닛산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협업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3) 선우명호 교수②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