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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평균 실질임금 일본 550만원 vs 한국 342만원
전체 근로자의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급여 146만원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54만7387엔 대 342만5000원. 일본과 한국의 2016년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이다. 28일자 환율(100엔당 1006.39원)을 적용하면, 일본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550만8800원 정도다. 한국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일본 근로자의 62% 정도라는 얘기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2016년 연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42만5000원으로 전년 보다 3.8%(12만 5000원)이 증가했다. 이를 12개월로 곱하면 근로자의 1인당 실질연봉이 4110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실질임금이 342만을 넘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 “내 월급이 130만원인데, 도데체 누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냐”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대다수 임금근로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실질임금 342만원=실질임금이란 화폐임금(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 또는 생계비 변동지수로 수정한 것을 말한다.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나타낸 임금을 뜻한다. 산식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산출한다(실질 임금= (명목임금/소비자물가지수) × 100).
실질임금이 중요한 것은 물가를 고려한 실질적인 임금, 즉 구매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명목임금이 200만원이라고 할 때 물가가 크게 올랐다면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물가가 내렸다면 실질임금은 올라가게 돼있다. 똑 같은 200만원이라도 물가가 상이한 국가, 또는 시점에서 보면 구매력이 커질 수도, 거꾸로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질임금 평균은 전체 근로자 집단의 평균을 의미할 뿐, 중간값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집단은 수적으로 적고, 소득이 낮은 집단이 많은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고소득 계층의 임금이 특별히 높다면, 평균값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소득분포가 비교적 저소득 구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은 실제적인 중간값과는 괴리가 클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평균이 전체 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평균 대신 중간값을 써야 하지만, 대부분 통계는 평균치를 발표하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임금과는 격차가 있다.
◇ 정규직 실질임금의 40% 수준인 비정규직은 더 큰 자괴감 느껴=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질임금 평균을 보면, 상용직의 월급여는 362만3000원이고 임시∙일용직은 146만9000원이다. 상용직 근로자의 40.5%에 불과하다.
전체 임금근로자 1963만명 중 비정규직은 2016년 8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4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비정규직이 644만명(32.8%),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874만명(44.5%), 한국비정규노동센터(비정규센터)는 870만 명(44.3%)으로 보고 있다.
어디까지를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기관마다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본다면 임금근로자 10명중 4명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평균실질임금이 146만9000원인 이들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임금 평균은 자신들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엉뚱한 통계로 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산업별 임금도 크게 차이가 난다.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은 633만원에 달하고, 금융·보험업도 571만2000원으로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반면 비정규직이 많이 몰리는 숙박·음식점업(188만1000원),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207만 7000원) 등은 이들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시간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71시간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용직은 176.9시간을 일했고, 임시·일용직은 112.8시간을 각각 일했다.
임시·일용직은 상용직보다 일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64.1시간 적은 만큼 임금수준도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선진국 실질임금과는 여전히 큰 차이=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해외노동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지수는 2015년 기준 117.9(2010년=100)로 나타났다. 2010년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볼 때 5년간 17.9%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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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시간당 임금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에서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으로 5년간 35.8% 상승했다. 올해는 6470원이다.
그러나 구매력평가지수(PPPs)를 이용해 시간당 실질최저임금 수준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2015년 5.45달러로 10.90달러인 프랑스의 절반에 불과했다. 독일은 시간당 실질최저임금이 10.21달러, 영국은 8.17달러, 미국은 7.24달러, 일본은 6.95달러였다.
한국에서 1시간을 아르바이트로 일했을 때 노동의 대가로 쥘 수 있는 돈의 실질구매력은 프랑스의 절반 정도, 일본의 78% 수준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