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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지난해 ‘상용직-임시·일용직 간 임금 차이’, 전년대비 4.26% 상승한 215만 4000원
고용노동부,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라는 ‘허수아비’를 공격해 문제의 심각성 은폐
지난해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월평균 215만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상용근로자 5명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1인당 월 평균 임금총액은 362만 3000원이었다. 이는 전년도인 349만원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임시·일용직은 146만 9000원으로 전년도(142만 4000원)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간 임금 차이는 215만 4000원으로, 2015년 206만 6000원보다 4.26% 상승했다.
2012년 188만 5000원, 2013년 192만 2000원, 2014년 199만 1000원 등 매년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간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모든 근로자들이 힘들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서도 1년 미만의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에 취업한 사람일수록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28일 이와 관련해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양극화’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상용직 근로자 중에서도 기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통계청 정의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는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이다. 계약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은 임시직, 1개월 미만은 일용직 근로자로 구분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시·일용직 자체가 한 달 내지 몇 개월 등 굉장히 단기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근로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고, 일 자체의 특성상 성과급과 상여급 등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76.9시간으로 전년대비 0.8%가, 임시·일용근로자는 112.8시간으로 1.6%가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법(straw man argument)'을 활용해 일용직 근로자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려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허수아비 논법이란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주장으로 슬그머니 변경한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그 허수아비를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어린이가 혼자 길가에 돌아다니게 하면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그러면 어린아이를 하루 종일 집안에 가둬 두란 말이냐”고 반박하는 것이다. 이 때 전자는 상대방의 주장이고 후자는 '허수아비'가 된다. 전자는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후자는 단박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이날 발표된 통계는 ‘상용직 대 임시·일용직 간의 임금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로 오보를 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일부 언론의 오보를 ‘허수아비’로 선택했다. 상용직에도 비정규직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양극화’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를 편 것이다. 상용직에도 비정규직이 포함된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상용직-임시및 일용직 간의 양극화’ 심화라는 당초 주장을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라는 허수아비로 둔갑시켜놓고 당초 주장의 심각성을 무력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