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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출범 계기 파산·회생절차 단축 기대
통상1년 걸리던 개인회생절차도 크게 앞당겨질 듯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기업과 개인의 회생·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회생법원이 내달 문을 연다. 전문회생법원이 출범하게 되면 기업은 물론, 개인의 회생절차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돼 빚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27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내달 2일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27일자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일부 개정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이 다음달 문을 열게 된 것이다.
◇ 회생·파산 절차 빨라질 것으로 기대=회생과 파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원의 출범으로 기존 회생 및 파산절차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초대 원장을 맡는 이경춘(58·사법연수원 16기) 원장은 1987년 판사로 임관된 후 법원행정처에서 건설국장과 기획조정실 심의관, 사법지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이 신임원장은 2010년 인천지법 파산부를 이끌며 다수의 기업회생절차를 처리했고, 2013년에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을 맡아 도산절차를 정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보임된 정준영(50·20기) 부장판사 역시 기업도산 및 개인회생 제도 이론과 실무에 탁월하다. 그는 2011년부터 3년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기업 회생 사건을 전담했다. 정 부장판사는 기업회생 절차를 단시간에 종결하는 ‘패스트트랙’ 제도 안착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회생법원은 기존 서울중앙지법 보다 규모가 커졌다. 기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29명이 담당했지만 회생법원엔 이경춘 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34명의 판사가 배치됐다. 3000억원 이상의 기업 회생 사건을 처리할 부장판사도 기존 3명에서 한 명이 추가됐다.
◇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활성화 기대=금융위원회는 올초 ‘2017년 업무계획’에서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의 활성화를 발표했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회사가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법원에 회생신청과 동시에 사전계획안을 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 역시 3월 서울회생법원 출범과 동시에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업 구조조정 절차는 한결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원과 금융위 양측은 지난 1월 합동회의를 갖고 프리패키지 제도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선정과 회생절차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기업구조조정의 활성화 여부는 법원이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서울회생법원 출범 이후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패키지 제도는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기업뿐만 아니라 부실 우려가 큰 기업도 대상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대출로 이자를 부담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좀비기업들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프리패키지의 성패는 법원의 강력한 채무조정과 함께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여부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법원의 법정관리하에서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한 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개인회생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회생전문법원의 출범으로 개인들에 대한 파산 및 회생절차 역시 지금보다는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회생법원 출범의 배경이 법원에 회생 절차(법정 관리)를 신청하는 기업과 개인이 늘면서 별도 법원을 만들어 전문적이고 신속한 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은 2012년이래 매년 전국에서 9만∼11만명에 달한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신청하는 개인회생제도는 통상 신청에서 개시결정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 회생전문 법원의 출범으로 이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기불황으로 회생의 길을 선택하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최종 개시결정까지의 기간단축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회생 재판부는 앞으로 소관 업무만 전담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에는 법인회생사건과 개인회생사건을 모두 처리했던 게 일반적이어서 겸임재판에 따른 업무과중이 회생절차의 기간을 늘어지게 한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법원 관계자는 “인적, 조직적으로 독립하면서 보다 전문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