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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 구직자, 그의 이름은 '84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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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입력 : 2017.02.16 12:48 ㅣ 수정 : 2017.02.19 10:39

▲ 청년유니온이 지난 14일 서울시 불광동 청년허브에서 '구직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청년유니온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지난 해 청년 구직자 월평균 생활비는 84만원...알바와 부모 지원으로 조달

10년전 우석훈 등이 지적한 '88만원 세대'의 담론이 악화된 형태로 지속

10년전인 2007년에 경제학자 우석훈과 블로거 박권일이 펴낸 '88만원 세대'는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우리 청년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에 취업하고 있고 그들의 월평균 급여가 88만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지금도 한국 청년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통찰력을 담고 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공개한 ‘2016 청년구직자 실태조사 결과’ 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들의 월 평균 생활비는 84만원이었다. 청년들이 구직기간 중에 대부분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에 종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88만원 세대'라는 담론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오히려 악화된 형태로 한국사회에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71%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평균 지원금액은 47만원이었다. 84만원이라는 생계비도 스스로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84만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식비와 주거비였다. 평균 식비는 월 23만원, 주거비는 21만원으로 집계됐다.

 

거주형태는 식비의 월 평균 지출을 좌우했다.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경우 월 28-30만 원, 가족·친척과 사는 경우 그 3분의 2 수준인 20만원이었다. 부모의 보살핌 여부에 따라 청년들의 식생활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할 때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으로는 식비(85%)와 문화여가비(89%)를 꼽았다. 그러나 여가비는 이미 생활비에서 극히 낮은 비중이다. 실제로 줄어드는 것은 식비인 셈이다.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빈곤이 영양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20대 청년들이 젊을 때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로서 무역대국인 한국에서 정작 20대 청년들이 '식비'로 고통받는다는 충격적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년유니온 측의 이번 조사는  4년제 대학 4학년 및 졸업유예 혹은 졸업 이후 취업을 준비 중인 만 2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해서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20일 간 진행 됐다. 페이스북과 취업박람회 등 온·오프라인 방법을 혼합해 총 483명이 참여했다. 

 

구직 청년의 스트레스 비율, 통계청 조사의 2배...'사회적 단절'이라는 병리현상 낳아

청년구직자가 겪는 또 다른 문제점은 사회적 단절감과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친교 목적 모임 횟수가 줄어들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존적 위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19-29세 청년들이 일상생활 중에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37%였다. 그러나 청년유니온 측의 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전체의 63%로 통계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이 중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문제는 일상생활 중에 느끼는 스트레스가 구직자의 사회관계 단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 평소 일상 생활 중에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과 문화생활·친교목적 모임의 횟수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 평균 문화생활 횟수는 한 달에 평균 1.7회,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전체 응답의 18%였다. 친교 목적의 만남 역시 주 당 평균 1.3회,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25%에 달했다. 청년구직자들의 높은 스트레스 수준이 오래 지속된다면 자존감 저하를 비롯해 정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청년유니온은 진단했다. 

 

 '84만원 세대'는  '구직비용' 및 '직무경험 기회' 지원 등을 갈망

청년유니온 조사에서 취업 준비에 가장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구직비용 지원'이 절반 이상,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 프로그램 지원'이 절반보다 조금 적은 수준으로 나란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들이 식비를 줄이는 데서 오는 '건강 악화' 및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관계 단절' 이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구직자들이 구직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식비를 줄임으로써 건강을 잃어버리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청년유니온 측의 분석이다.

 

청년유니온 측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청년 구직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수혜대상은 제한적"이라면서 "구직비용 및 직무경험 지원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열악한 계층의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고 그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집행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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