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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은 인프라 확충 등으로 지난해 3만개 돌파해 합격점
벤처 생존율은 OECD 26개국 중 25위로 최하위권...판로 및 운영자금 부족이 원인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국내 창업 장벽이 지난 10년간 크게 낮아졌다. 창업지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벤처기업 수는 사상 최대인 3만 개를 넘어섰다. 증가하는 벤처기업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발표한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진입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3만 벤처시대’가 열리는 등 창업 1라운드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벤처기업 중 62%는 3년을 못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창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완화되었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보고서(2016)에 따르면, 국내 창업 등록단계는 12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다. 창업 소요시간은 22일에서 4일로 줄어 여권 발급시간보다도 짧다.
이는 스타트업이 가장 활성화 된 미국의 5.6일도 앞지른 결과로, 우리나라 창업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창업지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 해 사상최대치인 3만 개를 넘어섰다.
한국의 창업지원 정책은 일단 합격점에 들어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창업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2016년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창업 부문은 11위로 2015년도 23위에서 12단계를 뛰어올랐다.
그러나 3년 이상 벤처생존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선진국 평균을 큰 폭으로 밑돌고 있다.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한국은 전체 26개국중 25위로 사실상 꼴찌에 해당된다.
엔젤투자 확대, 전국적 유통망 및 해외 판로 지원 등이 해결책
벤처기업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민간 중심 벤처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을 향한 ‘엔젤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834억 원으로 미국(25조원)의 0.3%에 불과하다. 엔젤투자란 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려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를 말한다. 투자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창업뿐만 아니라 생존 자금 수혈이 가능해진다는 게 벤처업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본 한국 벤처의 투자매력도 낮은 수준이다. 스페인 나바다 경영대학원이 발표한 ‘벤처시장 매력도’에선 국내 벤처의 매력도가 미국의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M&A를 통한 자금 회수비중이 유럽에선 51%에 달하지만 우리는 1.3%에 불과하다. M&A 거래규모도 한국은 875억달러로 미국의 22분의1에 불과하다.
이처럼 빈약한 실적은 벤처기업들이 창업이후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해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유통망 부재 및 해외수출경험 부족 등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65.6%가 국내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74.9%는 '해외에 수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은 M&A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제품을 수혈 받고, 벤처기업은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대기업-창업기업 상생의 혁신생태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기업가정신을 꽃피우려면 창업 자체만 촉진하는 방식보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들을 다수 육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정책방향을 이제 스타트업(start-up)에서 스케일업(scale-up)으로 레벨업할 때"라고 강조했다.
벤처 창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존율이 증가한다면, 벤처창업 육성 정책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최대과제인 실업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송 교수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