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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장 선점 겨냥한 영업점 감축 전략의 신호탄 분석
경기 불황, 저금리 등 악재 겹쳐 점포 운영비 절약 통한 수익성 개선 시도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주요 시중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점을 줄이고 비대면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고객 편의성도 있지만 계속된 경기불황으로 은행들이 많은 영업지점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은행들이 영업실적이 낮거나 소규모 영업점을 합쳐 영업점을 대형화시키고 인원 감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비대면 강화와 인원감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창구 수수료를 매겨 고객들을 비대면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고객을 안고 있는 KB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수수료 제도를 도입한 은행은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3월 8일부터 수시입출금식 계좌를 만드는 고객 중 전체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5000원을 부과한다. 디지털뱅킹 강화가 목적이다.
물론 기존 고객과 법인고객, 만 19세 미만과 만 60세 이상 고객 등 금융거래 취약계층, 기초생활보호대상, 장애인 등 사회소외계층에게는 면제된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만 이용하는 계좌에도 부과되지 않는다. 즉 대면채널인 창구 이용 고객에 한하여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인 셈인데 KB국민은행이 검토 중인 내용과 사실상 같다.
은행의 수수료 부과에 관한 내용의 핵심 목적은 ‘비대면 시장 선점’이라 볼 수 있다. 4차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창구 업무의 96% 수준까지 대신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전문 은행인 ‘케이뱅크은행’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입출금 외 서비스는 여전히 창구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 아직 뚜렷한 선점 은행이 없다.
따라서 어느 은행이 더 많은 고객을 모바일로 유치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의 우위가 엇갈리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상황도 맞물린다. 경기불황, 저금리, 저성장 등의 악재에 은행들이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부담감만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비대면으로 고객을 돌리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꾸준히 총임직원 수와 점포 수를 줄여왔다. 2015년 12월 기준 직원수 2만346명에서 2016년 6월 2만명으로 줄였고, 9월에는 1만9795명까지 줄었다. 점포 수는 2015년 12월 1133개에서 2016년 3월 1121개로 줄고 9월에는 1116개까지 줄었다. 올해는 109개의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출장소로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창구 수수료’가 실행될 경우를 따져보면 전체 이용객 중 어느 정도가 수수료를 내게 되는 것일까. 국민은행 측에 따르면 인터넷뱅킹 가입자가 지난 15년 11월 기준 2000만명을 넘어섰으며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비대면 이용자는 약 2000만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개인고객 수가 3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2는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창구 이용객과 비대면 채널 이용객으로 따로 집계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창구 수수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이다. KB국민은행은 씨티은행과 이용고객 수 차이가 커 고객 반응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 개인 고객 수는 3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씨티은행은 500만명을 넘어섰다. 무려 6배 차이이다. KB국민은행 이용고객이 현저히 많은 점을 감안하면 고객들의 불만 목소리가 배로 클 것이란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창구 수수료 검토는 검토단계 일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만약 도입된다면 창구 이용시 부과하고 면제 대상을 가능한 확대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