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실적과 모순되는 '고용의 역설'에 직면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그룹
한국고용정보원은 31일 올 상반기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고용증감률은 각각 1.1%, 0.8%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4000개, 반도체 산업에서 1000개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고용증가는 양대 산업의 중추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삼성전자보다 올해 더 많은 신규인력을 채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실적 및 올해 전망에선 정반대로 희비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는 4년 연속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하락해 최저점을 찍었다. 올해에도 실적상승세로 반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갤노트7 단종에도 불구하고 4분기에만 9조 2천 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실적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두 기업의 '실적'과 '고용능력'이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왜 이런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자동차, 지난 2년간 고용악화로 인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해 올해 4000명 증가 예상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저 영업실적을 기록한 요인은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과 국내 민간소비 위축이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 자동차 산업 고용증감률은 1.1%로 기계, 건설, 조선 등 10개 업종 중에서 상위권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할 것이지만, 내수 판매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산업 전망은 밝지 않지만 고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고용정보원 김수현 연구원은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용 전망과 산업 전망이 항상 동일하게 가는 것은 아니다”며 “재작년 상반기 이후 자동차 산업 고용증감률은 거의 0%였기 때문에, 올해는 고용 시장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즉 고용 전망 값 자체는 단일 요인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면 매출과 고용이 증가한다. 현재 현대차가 신차를 출시할 확률이 높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년도 수출 부진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자동차 산업의 고용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꼽았다. 과거에 고용촉진 변수가 적었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고용전망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공장 증설해도 '자동화'로 인해 고용증가 한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에는 반도체 사업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 부문 영업 이익만 4.95조 원이다. 삼성전자가 올해에도 고공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상 고용인원은 소폭 상승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특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좋을 때도 고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 201조 5400억원을 기록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3183명을 감축했다. 전체 인력의 3.2%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의 수익이 큰 이유는 반도체 가격 자체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호황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선 가격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거나 공장 등이 세워져야 하지만 현재의 삼성전자 실적 상승은 '가격 인상' 요인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실적이 상승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절벽' 현상이 고착화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 전망이 좋아도 인력을 대체하는 기계가 도입된다면 오히려 고용 전망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공장 자동화 수준이 높은 일류기업이 될수록 반도체 호황이 고용증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호황속 고용불황'의 역설이 현실화되기 마련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고용 증가 전망에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설립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평택공장은 올해 중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평택 반도체 공장의 자동화 수준 등을 계산해보면 고용증가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