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직장인들의 복장규제가 논란이다. 특히 여성직원에게만 유독 엄격한 규제로 남녀차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황당한 A 증권사 정장 드레스 코드...투피스 착용에 치마 길이 제한 및 머리띠 배제까지
한국노총 “구시대적 사고 여전, 여성에게 더 엄격한 규제는 남녀차별”
직장인들의 복장 규정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업 직장인은 물론 공무원까지도 꼼꼼한 복장 규정으로 시끄럽다. 세세한 복장 규정사안은 물론이고 여직원에게만 유독 엄격하다는 성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발단은 A증권사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지한 ‘정장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이다. 논란의 핵심은 '성차별'이다.
‘여직원 정장 드레스 코드’에는 정장 스타일, 머리(헤어), 치마, 화장(메이크업), 매니큐어 등 10개 항목, 19개의 준수사항이 제시돼 있다.
여성 직원들은 반드시 투피스 형태의 정장을 입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원피스를 입어야 할 때는 반드시 단추가 달린 재킷을 별도 착용해야 한다. 치마의 길이도 무릎선 정도로 제한하는 규정을 뒀다.
화장에 대한 규정도 지나치다. 기초화장은 물론 색조 화장까지 꼼꼼히 해야 한다. 특히 머리의 경우 ‘어깨선 위 단정한 단발’, ‘머리띠 착용 지양’ 등 지나치게 세심한 규정이다.
여성직원에게는 치마길이부터 화장까지 꼼꼼한 복장 규정을 하는 반면 남성 직원 복장에 대해서는 ‘노타이 정장 원칙에 콤비(혼합정장) 금지’ 정도로 규정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준영 대변인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기업들이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직원들의 복장을 규정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 직원에게만 더 과한 규정을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직장내에서 남녀평등이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장 규정 - 울산 중구청 ‘공직자 매너 가이드북’
“바지 밑단은 사선으로 줄일 것, 앞머리는 이마와 귀가 보이게”
울산 중구청이 1월 초 배포한 ‘공직자 매너 가이드북’도 복장규정으로 논란이다. ‘공직자 매너 가이드북’에는 전화·방문민원 응대법, 인사법, 명함 주고 받는 법과 함께 복장 매너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복장 매너 부분에서는 ‘바지 밑단을 사선으로 줄여라’, ‘샌들을 삼가라’, ‘터틀넥 티셔츠와 라운드 티셔츠는 업무용으로 부적합’, ‘남성의 경우 앞머리는 이마와 귀가 보이게 하고 뒷머리는 셔츠 깃을 덮지 않도록 한다’ 등의 세세한 복장 규정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행정자치부가 이미 '복장 간소화'를 강조하며 반바지 착용까지 권장하고 있는데 두발 길이까지 규정한다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울산 중구청 관계자는 “이상적인 매너나 복장을 가르쳐주려 한 것이지 규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가이드북을 만들 때 직원 의견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복장 규제하려면 차라리 유니폼 지급이 나을 듯”
직장인 김소정 씨(33.가명)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장규제도 문제지만 여성에게만 더 심한 규정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늦어서 눈화장이라도 안하고 가면 남자 상사들이 ‘오늘은 화장안했네’, ‘어디 아프냐’ 등의 말을 쏟아내곤 하는데 여자는 무조건 아침에 치장하고 나와야 하는거냐”고 분노했다.
직장인 최현기 씨(29.가명)도 “힘들게 취업했는데 취업하고 나서 ‘옷걱정’을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정장을 매일 입고 다녀야 하는데, 대학생 때 정장입을 일이 별로 없어 몇벌 없다. 그렇게 ‘단정한 복장’을 중요시 할거라면 차라리 유니폼을 지급하는 게 낫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상에서도 직장인 복장 규정은 뜨거운 감자다. 대부분 ‘단정한 복장’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꼼꼼한 규정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또 여성에게만 엄격한 규정으로 성차별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아이디 love****는 “규정이 있는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한 게 문제다.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꼭 볼터치나 섀도우가 필요하냐? 깔끔한 이미지로 화장하고 싶을땐 베이스하고 립스틱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dark****는 “저런 규정이라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정도여야지. 치마가 어떻고 구두가 어떻고. 그런 쌍팔년도 생각이나 하고있으니 진전이 없고 발전이 없는거다. 그 정도 규정 없다고 해서 그럼 뭐 엄청 날라리같이 하고오겠나? 그런거라면 그 직원이 개념없는거지. 그리고 시대가 변했으면 대충 맞추어는가야지 구시대적 생각들만 허고앉았으니”라는 의견을 남겼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