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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당 일자리 증가 ‘반토막’…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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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입력 : 2017.01.03 14:56 ㅣ 수정 : 2017.01.03 15:18

▲ 지난해 12월 서울코엑스 C관에서 열린 ‘일본 해외취업 정보박람회’에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기업의 일자리정보를 찾고 있다.ⓒ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성장률 1%당 일자리 증가 5년 사이 9만명 감소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서비스업 직격탄이 주원인


2012년만 해도 성장률이 1% 늘면 국내 일자리가 19만명이 생겼다. 하지만 올해는 이 수치가 10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로 인한 일자리 증가 규모는 26만 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1%당 고용 증가율이 10만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성장률에 따른 일자리 증가는 2012년만 해도 사정이 괜찮았다. 당시 성장률 2.3%에 43만7000개가 늘었다. 성장률 1%당 고용증가가 19만명에 달했다.
 
성장률 1%당 일자리 증가는 2013년에는 13만3000명, 2014년 16만2000명, 2015년 13만명으로 13만명 이상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1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10만명 수준으로 10만명 선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한국의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2000년대 중반에 지금보다 더 심각했고,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국제 금융위기 때가 가장 심각했다.
 
성장률 1%당 일자리증가는 2005년 7만7000명, 2006년 5만7000명, 2007년 5만1000명, 2008년 5만2000명 선이었다. 그리고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이듬해인 2009년에는 0.7% 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자리는 7만2000명이 감소했다.


◇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이유=올해 다시 성장률당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고된 이유는 서비스업의 일자리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분야에서 더 이상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 산업구조로 바뀌면서 그 빈 자리를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이 메웠지만 올해는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서비스업 분야마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취약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산업연관효과로 서비스업 부문 역시 고용 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높다"고 우려했다. 사회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직접적인 소비심리 타격이 일어나 서비스업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는 경제활동 위축도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BS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올해 소비지출을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51.1%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겠다는 심리가 팽배한 것이다.
 
국세청이 2일 발표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하루 평균 2926명이 자영업을 새로 시작했고, 그 중 3분의 2인 2025명은 폐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사업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업종은 서비스업(19.6%)이었다. 주로 세탁소, 이·미용실, 보습학원 등이 주를 이뤘다. 그 뒤를 부동산·임대업(19.2%), 소매업(17.6%), 음식업(17.1%) 등이 이었다. 폐업한 사업자 중에는 음식업이20.6%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19.9%), 서비스업(19.7%) 등의 순이었다.


◇ 일본식 고용 없는 성장 전철 밟나=일본은 부동산 거품(버블)이 꺼지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말까지 성장이 멈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값싼 임금을 찾아 생산시설을 해외로 돌린 일본 제조업체들의 공장 해외이전에 따라 2000년대 들어서도 성장을 해도, 고용이 뒤따르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됐다.
 

▲ 2000년대초까지 일본은 제조업체들이 값싼 임금을 찾아 생산시설을 해외로 대거 옮기면서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뉴시스
 
잃어버린 10년 시기에 세상을 나온 젊은이들을 가리켜 사토리세대라고 한다.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사토리(さとり)라는 말은 원래 사토루(悟る)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토루는 깨닫는다는 뜻의 동사다. 그래서 사토리세대를 가리켜 우리말로는 달관세대, 득도세대라고도 부른다.
 
말이 좋아 달관이고, 득도지 욕심도 없고 꿈도 없이 사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말한다. ‘사토리세대’의 저자 하라다 요헤이는 “전후의 젊은이들은 자동차, 술,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이 강했는데 사토리세대는 이 세가지에 흥미가 없다”고 말한다.
 
사토리세대는 일본제조업의 비극이 낳은 세대로 통한다. 80년대 말 일본경제를 들끓게 했던 부동산거품이 꺼지고 경기침체가 닥치자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경비절감을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대거 옮기거나 공장자동화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런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재부 시무식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기반 확충 등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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