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고령화와 저출산 지속…핵심경제활동 인구로 ‘고령자’ 주목
생명연장의 시대에 고령층의 수명은 길어지는 반면 다음 미래를 이끌어야 할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이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취업난이 해소되고 오히려 청년 구인자리가 남아 돌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래 청년을 대체하기 위해 핵심 인력으로 ‘고령자’들이 주목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55세 이상인 이들을 지칭해 온 ‘고령자(高齡者)’라는 명칭이 앞으로 ‘장년(長年)’으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5세 이상인 사람을 모두 ‘’장년(長年)’으로 통칭하고 ‘준고령자’라는 명칭은 삭제된다.
은퇴자 재취업 막던 ‘고령자’ 명칭 사라지고 ‘장년’으로 명명
줄어드는 ‘청년층’ 대체인력으로 ‘장년층’ 활용하려는 고육지책?
#. 3달 전 은퇴한 김순복(62,남)씨는 한국무역협회 등 장년층 취업을 도와주는 단체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막상 은퇴를 하고나니 다른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스로는)일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측에서 그렇게 봐줄지도 의문이었다. 특히 ‘고령자’라는 단어는 무겁고 내 능력에 한계를 긋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이번에 ‘장년’으로 명명되니 반갑다. 고령 인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1월 발간한 ‘고용동향 브리프’ 중 ‘중장년층 저임금근로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면 올해 3월 ‘50-59세’의 경제활동인구 규모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 22.8%인 614만 1000명으로 나타났고, 60세 이상은 14.2%인 381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3월과 비교하면 각각 207만8000명(5.8%p), 127만3000명 (3.5%p) 증가한 수치였다.
하지만 ‘고령자’라는 명칭은, 최근 고령자들의 취업 의지에 역행하는 단어라 볼 수 있었다. 그간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라는 명칭이 ‘더 일하기보다는 은퇴해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들의 취업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으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장년층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령화 시대에 장년층은 노동시장의 핵심 인력이며,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능력에 따라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장년 고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노동시장 내 생애경력설계 및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관행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령층을 장년층으로 규정해 취업을 유도하는 것은 저출산으로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청년 근로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고용정보원 “장년층 취업 늘지만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미성숙”
부족한 노후소득보장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측면도 있다. ‘중장년층 저임금근로 현황과 특징’ 연구를 발표한 이재성 연구원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지만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성숙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50-59세 및 60세 이상의 근로자는 다른 연령층의 저임금 근로자 규모가 감소하는 데 비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올해 3월 기준 50-59세 저임금 근로자의 규모는 50-59세 임금근로자 394만9000명의 약 28.3%인 111만7000명으로 나타났고, 60세 이상의 경우 60세 이상 임금근로자 198만6000명의 약 61.2%인 121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3월과 비교했을 때 각각 32만6000명, 56만명 증가한 것이었다.
이재성 연구원은 “한국은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중장년층이 은퇴 후 노동시장에 또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큼에도 말이다”며 “따라서 중장년층 저임금 근로자의 규모 감소 및 빈곤의 예방차원에서 고용안정과 적절한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질적으로 개선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개정된 개정안에는 이외 장년층의 환경·기술변화, 산업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잦은 노동이동에 대비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대기업에서 비자발적 사유로 퇴직 예정인 5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