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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2017 서울시 예산안 설명회’에 참석해 브리핑을 진행중인 박원순 서울 시장의 모습 ⓒ뉴시스
(뉴스투데이=황진원 기자)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지원 중단, 지자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나
차은택 씨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전횡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창조경제 예산 삭감으로 번지는 분위기이다.
이번 사태 전반에 걸친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면서, 앞서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 예산안 또한 삭감이 불가피해지는 추세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 318억에서 내년 472억원으로 증액될 계획이었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해 편성했던 예산 20억원을 전액 철회했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예산안 발표를 브리핑을 통해 “센터 운영에 국비예산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예산을 자체기업 지원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의 센터 예산 지원 중단이 다른 지역 센터로 확산되는 도미노 현상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야당이 장악한 지방의회들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센터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 예산마저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센터의 조기 폐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창조경제센터가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무성하다.
CJ, 롯데 등 전담기업들 혼란…‘스타트업 산실’ 혹은 ‘최순실의 하수인’?
창조경제센터에 대한 예산 삭감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담 기업들의 위기감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비는 약 50~60%를 정부가, 나머지는 지방비와 대기업의 지원으로 충당된다.
현재 창조경제센터의 전담 기업인 CJ와 롯데 등의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창업·중소기업 발굴 및 우수 아이템 유통 및 수출에 대한 성과를 서서히 내고 있는 시기에 이번 논란으로 사업 지연, 더 나아가 사업 중단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CJ 그룹의 경우, 총 300억을 지원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전담기업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뛰어들어 ‘K-컬처밸리’ 조성에 1조4000억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가 전담으로 지원하고 있는 부산센터의 경우에는 우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유통분야에서 약 133억원, IoT 생태계 조성 분야에서 약 30억원 등 총 163억원의 지원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별 창조경제센터를 전담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내년 예산 삭감 및 존폐 논란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센터가 ‘한국 스타트업의 산실’인지 아니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하수인’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 또한 예산 브리핑 자리에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담하고 있는 CJ의 지원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기업(CJ)의 목을 비틀어 추진한 창조경제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반면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과정에서 비선 실세에 의한 외압이 작용했다고 해도 한국의 미래를 위한 스타트업 지원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긍정적 관점도 적지않다. 물론 이 같은 옹호론에 대해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들이 참여해 거액을 지원한 것에 비해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론도 뜨겁다.
센터 운영 불확실성에 청년 창업자만 길 잃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센터장 채용에도 어려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신임 센터장 지원자를 모집했던 경북센터의 경우, 지원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경북뿐 만이 아니다. 부산 및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도 지원자가 각각 1, 2명에 그쳐 재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센터가 국정농단 논란에 휩쓸리면서 존폐 위기가 불거짐에 따라,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센터장 자리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지원자의 부재로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현단계에서 최대 피해자는 입주해있는 예비창업 기업들이다. 정부의 시스템에 따라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던 청년들만이 생사에 기로에 서있게 된 꼴이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입주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행해져오던 정부 주도의 보여주기식 창업 시스템이 아닌 창업가들의 자생적인 네트워크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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