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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전국민 이모작 경제', 개인의 노후소득과 정부의 복지 및 투자재원 확보 가능
평균 수명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라이프사이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제4차 산업혁명 포럼 퓨처스 아카데미를 통해 “국민경제 이모작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되는 기술과 그로 인한 경제성장을 주로 연구해온 김 교수는 이날 국가와 미래를 위한 투자재원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전 국민의 인생 이모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를 담은 법이 바로 '국민경제 이모작 기본법'이라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전국민이 평생에 2번 이상의 주요 직업을 가질 경우 그 효과는 2가지이다. 첫째, 개인은 노후에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노후의 주 소득원이 연금이 아니라 월급이 된다는 논리이다.
둘째, 정부는 세수 증대를 통해 복지재원 뿐만 아니라 미래경쟁을 위한 투자재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장년층 및 노인층이 현업에 종사하면 현재의 저출산율이 조금씩 개선된다해도 경제활동인구가 실질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대간 분업'이 이모작 경제를 위한 선결과제
김 교수는 이 같은 이모작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정년 연장은 해결책이 아니다. 연령별 능력차이를 통한 세대간 분업이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40대는 유동지능과 신체능력이 뛰어나고 50~70대는 결정지능과 경험연륜이 뛰어나다는 것은 수많은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 이미 증명된 정설”이라며 “유동지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직업능력이 빨리 상승했다가 빨리 쇠퇴하고, 결정지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직업능력이 늦게 상승하고 늦게 쇠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공계 학자들의 연구 실적은 30대에 정점을 찍고 40대에 하강하기 시작하는데, 인문계 학자들의 연구 실력은 60대를 넘어가서 정점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즉 한 개인이 20~40대에는 유동지능과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50~70대 동안에는 결정지능과 경험연륜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이직한다는 것이다.
청년층은 일모작 직업, 장년·노년층은 이모작 직업에서 두 번의 전성기 가능
김 교수는 청년층의 일모작 직업으로 4차산업혁명 분야에 주목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 IoT, 3D컴퓨터, 드론, 자율주행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뿌리’가 중요하다”며 “신기술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유동지능’을 가진 인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학기술, 기초과학, 제조업, 회계, 경영, 경영, 산업디자인, 패션 등 젊은 사람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직업이다. 반면에 나이가 들면 판단력, 이해력, 경험이 축적돼 서비스직, 관리, 행정, 사무 등의 이모작 직업을 더 잘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젊어서는 일모작 직업을 하고, 직업능력이 쇠퇴해 더 이상 일모작 직업에서 성과를 못 낼 때 이모작 직업으로 갈아타면 두 번 전성기를 누리며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모작 사회는 25~55세 일해 60~70대까지는 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0세 시대 대비는 불가능하다. 25세~50세~75세 일하는 사회를 만들면 100세 시대를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실버세대조차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김 교수는 “1970년대의 ‘한강의 기적’은 결정지능이 높은 고령층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도록 하고, 유동지능이 높은 청년층을 산업현장으로 보내 가치창출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총생산(GDP)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라고 분석하고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유동지능이 높은 청년층을 일모작 직업으로 보내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고, 결정지능이 높은 고령층을 이모작 직업에 취업시킴으로써 국민총생산(GDP)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층이 몰리는 공무원은 중·노년층이 담당하는 '이모작 직업'이 돼야
따라서 요즘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직종은 이모작 직업으로 넘기고 일모작 직업은 첨단분야쪽에 집중돼야 한다는 게 김교수의 논리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젊은이들이 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청년층을 일모작 직업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법, 고용법 등 교육-취직을 연계해 함께 발전하게끔 기본법을 제정해달라고 의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가 지식기반 사회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면, 자연스럽게 ‘성공하는 국가’가 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유동지능이 높은 젊은이들이 일모작 경제에 충분히 공급되면 창업 등으로 가치 창출 인력이 늘어나고, 고용이 증가하고, 복지 예산까지 확충되는 등 재원을 충족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4차 산업혁명에 먼저 적응한 나라는 모든 산업국가를 앞설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변화를 당부했다.
이모작 경제 도입 못하면 한국 사회 위기 도래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국민소득이 79달러였다가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한 ‘한강의 기적’을 일어낸 바 있지만, 지금의 한국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소득이 적고 인구가 적어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 비해 미래 투자를 쏟아 부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고령화 속도가 빨라 2050년에는 고령자 부양비용이 지금보다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수명은 더 연장되고 일자리의 ‘창조적 파괴’가 계속될 텐데, 투자재원과 복지재원이 부족하면 보수-진보, 빈부, 기성세대-신세대 등 ‘갈등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