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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지식의 시대 저물고 통찰의 시대 도래” 주장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지난 2월 다보스포럼 미래일자리보고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이 발생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전체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예측되는 시대를 준비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국회 제4차산업혁명 포럼 퓨처스 아카데미는 이러한 문제에 대책을 세우기 위해 1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네 번째 세미나를 열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형주 소장이 ‘4차산업혁명 시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박 소장은 미래세대의 창조·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융합교육의 패러다임과 이슈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그는 “지식의 시대는 저물고 통찰의 시대가 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소장은 “새로운 지식이 너무 빨리 출현하니 오히려 얼마나 아느냐는 덜 중요해지고, 어차피 수년 내에 낡은 지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 게다가 대학에서 전공한 지식도 직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간이 짧고 곧 ‘옛날’ 지식이 돼 버린다”라고 설명했다.
즉, 21세기는 ‘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로 요약된다.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에 묻혀 사람들은 길을 잃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며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을 보고 해결하는 능력이 시대를 이끄는 힘이 된다.
특히 자동화, 정보화 시대에 수학적 사고력이 중시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학교육이 지겨운 문제풀이 교육에 치중함으로써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하는 것이 최대의 교육 현안이라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반복적 문제풀이로 실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우리 수학교육은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를 멸종 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평생 변화에 적응하게 해주는 문제 해결능력이 중요”
이어 박 소장은 ‘맞춤교육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직업이 실제로는 같은 소양에 기반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현장의 필요에 맞추는 교육으로는 하나의 직업에만 종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품 감정사, 과학수사요원, 영상채팅 개발자는 모두 사례와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같은 소양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특화된 맞춤형 교육은 직업의 탄생소멸이 빈번한 21세기에 위험도가 높다.
박 소장은 “이 자리에 기업인들이 있다면 제발 대학교에 맞춤형 교육을 부탁하지 말아 달라. 한 가지만 배우는 지식전수형 00학과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다”며 “일자리에는 지식이 아니라 ‘학습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보스 미래일자리보고서의 ‘일자리 감소’ 전망에 대처하는 법…‘생각 연습’
다보스 미래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의 산업혁명에서는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신규 창출되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았으나, 역사상 처음으로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내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연결하는 것인데, 취준생들은 아직도 ‘스펙’중심의 취업 준비가 일상이다. 또한 공무원 시험에 몇 년씩 매달리는 가운데,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박 소장은 “스펙은 문제해결능력의 척도로서만 유효하고, 그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기술적 우월성은 오래 못간다. 복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가져야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또한 단순 시험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게 아니라, 심층면접을 통해 ‘이전의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미니 버전을 주고 일주일 안에 해결 방안을 내놓아라’, ‘기술 트렌드 또는 소비자 트렌드 등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주고 일주일 내에 그 의미를 해석하라’ 등의 실질적인 업무 역량을 파악하는 채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문제풀이 수학 버리고 장시간 추론하는 서술형 수학으로 승부해야
특히, 지금 초등학생의 60%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은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고, 하나의 직업 내에서도 필요한 전문성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지식의 양이 아니라 ‘학습능력’이 미래 경쟁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 자료를 모으고 합리적 추론의 과정을 거쳐 결론에 다다르는 능력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행해지고 있는 수학교육은 반복적인 문제풀이 방식으로, 작은 실수도 치명적이고 아이들은 수학 문제를 보는 것조차 두려워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박 소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교육과정으로 △적은 수의 서술식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해줘야 한다 △교과 과정을 줄이면 반복만 심화되니 거기에 스토리와 의미를 더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문제해결을 통한 통쾌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힘’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한 질문을 하며 필요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며 “필요한 변화를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에 담아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