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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전경련 세미나서 “현행 해고제가 유능한 청년의 정규직 고용 걸림돌” 주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청년실업난 해소책으로 ‘쉬운 해고’의 법제화를 거듭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경련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노다 스스무(野田 進) 큐슈대 명예교수(전 일본노동법학회 회장) 등 한국과 일본의 노동법 전문가를 초청하여 ‘한-일 해고법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고제도 개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해고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능력 있는 청년이 정규직이 될 수 없고,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가 계속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불공평한 구조를 방치하는 점”이라 지적했다. 현행 해고제의 최대 문제점이 유능한 청년이 정규직이 되는 길을 막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쉬운 해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하기 위해 해고법 체계의 경직성을 해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해고를 위한 공정한 절차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
우리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 관련 발제를 맡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는 해고제도 개선에 대한 노동계 우려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공정인사 지침 내 형식적 요건만 충족하면 통상해고가 가능하다는 노동계의 오해가 있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업은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절차를 마련하고, 재교육 등 통상해고 절차를 체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측 발제를 맡은 노다 스스무(野田 進) 큐슈대 명예교수는 자국의 인사동향과 관련하여 “일본도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60~70년대에는 해고 무효시 복직 판결이 대다수였다”면서 “그러나 과거 종신고용시대와 달리 장기 불황으로 인건비 절감 유인이 커지며 저성과자 관리가 일본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한일 양국 모두 저성장 기조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여 해고규제 완화를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저성과자 해고 관련 판례 동향’에 대해 발표한 야마시타 노보루(山下 昇) 큐슈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법원도 과거에는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하는 것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판례에서는 근무불량 등 중대하고 구체적인 사정이 입증된 경우에는 해고를 유효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시장 유연화한 독일의 성공 사례 부각
전경련은 앞서 18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독일·이탈리아·프랑스의 노동개혁’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규직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독일은 실업률이 떨어진 반면에 개혁 강도가 약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핵심 발표 내용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독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해고관련 규제를 동시에 개혁했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비정규직만 일부 완화했다.
독일은 2003년 해고보호법 미적용 사업장 확대, 경영상 해고에 따른 보상금 청구권 신설, 24개월의 파견기간 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는 파견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근로계약을 인정하는 비정규직 규제 완화하는 데 그친 트레우 개혁, 비아지 개혁을 추진했다. 프랑스도 신규 고용 이후 2년간 해고제한 규정 적용을 유예하는 ‘신규고용계약’ 등 제도를 도입했으나 기존 정규직에 대한 고용 유연화 방안은 도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독일은 실업률이 5%까지 하락했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05년 독일 11.2%, 프랑스 8.5%, 이탈리아 7.7%였던 실업률이 지난해에는 독일 4.6%, 프랑스 10.4%, 이탈리아 11.9%로 변화됐다.
한국의 해고규제 경직성 OECD평균보다 낮아 전경련 주장과 모순
그러나 이 같은 전경련의 주장은 객관적 지표와 차이가 나거나 한국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OECD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규제 경직성 지수는 2.17로 OCED 평균인 2.29보다 낮은 편이다. 한국 노동자가 OECD 노동자보다 쉽게 해고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5년 이상 장기근속 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19.7%에 그쳐 OECD 평균인 36.2%보다 훨씬 낮다. 미국의 경우는 규제 경직성이 1.17로 한국보다 낮지만, 5년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 비율은 33.5%로 한국보다 높았다.
더욱이 한국은 해고 노동자의 최저 생계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할 뿐만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쉬운 해고를 통해 청년 고용률을 증가시키기 이전에 사회안전망 강화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