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어처구니 없는 손님들, 많죠. 최근에도 한 여자손님이 반 이상 마신 음료를 가져오셔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음료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어요. 이미 많은 양의 음료를 마신 상태였고 ‘바꿔드릴 수 없다’고 답하자 흥분하면서 화를 냈는데 다른 손님들은 잘 드시던 음료였고 교환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잘못이 없다면 할 말은 해야한다” 동대문구 ‘C’카페에서 일하는 최모씨(22,여)
‘을’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됐다.
최근 손님과 알바생들의 위치가 수평적 위치를 찾고 있고 특히 사장들이 앞장서서 알바생들 위치를 높여주니 반대로 손님들도 눈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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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에 앞서 이들은 ‘남의 집 귀한 자식’
홍대, 건대, 신촌, 이태원 등에 위치한 호프집이나 음식점, 카페에 들어가면 재밌는 유니폼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이다. 기존에 있던 유니폼을 바꾸거나 없던 유니폼을 맞춰 입힌 것이 바로 ‘귀한 자식’유니폼이다.
신기한 것은 재치있는 문구에 손님들의 시선도 끌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찔려한다는 것이다.
이홍(53,남)씨는 건대에서 찾은 A호프집에서 ‘남의 집 귀한 자식’ 티셔츠를 보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오는 곳인데 유니폼이 바뀌어서 알아봤다. 처음엔 잠시 재밌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집에 있는 또래 딸이 생각나 과거에 ‘반말을 하진 않았는지’, ‘음식이 안 나온다고 신경질을 내진 않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알바생을 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사소한 일로 생각들었지만, 이 아이들 또한 귀한 자식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니 사소한 것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결국 당연하게 생각되고 사소하게 인식되어 온 알바생들에 대한 인식이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이들을 막대하게 할 수 없도록 만든 셈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막대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말에는 ‘반말’로!
음식점이나 편의점 어디서든 알바생에게 현금이나 카드 등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닌 던져 주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또 반말로 주문하고 반말 명령조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여기에 을들이 반기를 들었다.
홍대 B카페에는 카운터에서 잘 보이는 곳에 ‘반말로 주문하지 마세요’ 종이를 붙여놨다. 이어 ‘커피가 맛없어 집니다’라는 글도 나란히 적혀있었다. 반말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써붙이게 된 것이다.
B카페 사장은 “무의식적으로 반말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손님들도 그렇고 우리 가게 입장에서도 이런 팻말을 붙이는 것은 양쪽 다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반말로 주문하고 카드를 던져주는 것은 더더욱 불편하기 때문에 이렇게 붙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행히 이것을 붙이고 나서 손님들이 주의해주시는 모습이 보여 도움이 됐다. 안 붙여도 될 정도가 되면 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당해지고 변화된 알바생과 사업주들 행동에 시민들 반응 또한 좋다.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행동하게 일깨워주는 것 같다. 기분 나쁘기보다 재치있게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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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파급효과 무서워 갑들도 ‘벌벌’ 떨어
한편 ‘을’들의 반란도 있지만 ‘갑’이 함부로 갑행세를 함부로 할 수 없는 또 다른 속사정도 있다. 바로 ‘SNS의 힘’이다.
지난해와 이어 올해에도 ‘갑질 논란’은 여전했다. 대상은 백화점 직원, 편의점 알바생, 주차장 요원 등 다양했고 매 논란이 불거진 것은 ‘SNS’를 통해서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갑질’로 보여 지는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각종 SNS에 올리고 이는 공감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지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네티즌들이 해당 갑질하는 사람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예로 백화점 직원을 대상으로 사과를 하라며 무릎을 꿇게 했던 모녀나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알바생에게 욕을 하고 인격 비하를 했던 갑들에게 분노한 네티즌들이 ‘신상 캐기’에 들어갔다. 일부는 신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때문에 갑질을 일삼던 이들도 조심하게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