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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근무 간 인터벌’ 도입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까지 일정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근무 간 인터벌’ 제도를 도입한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였다.
근무 간 인터벌제도는 퇴근 후 다음 날 출근까지의 최소휴식시간을 법적으로 규정하여 사원들의 야근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확보하여 노동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 유럽연합(EU)의 경우, 24시간 기준으로 11시간의 근무 간 인터벌을 규정하여 모든 가맹국에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기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해왔던 ‘직장의식개선조성금’을 확충하여 근무 간 인터벌 제도를 추가 신설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근무 간 인터벌 제도를 도입하여 목표시간을 달성할 경우, 제도 도입을 위해 소요된 비용의 75%를 50만엔(한화 약 550만원) 내에서 보조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최소 인터벌 시간에 대해서는 아직 관계부처 간 조정 중이다.
대기업들은 극히 일부만 자체도입 중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근무 간 인터벌 제도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통신회사 KDDI의 경우 인터벌 시간을 최소 8시간으로 규정하여 실시하고 있고, 샤프 역시 근무종료부터 다음 근무개시까지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내부규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들은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36협정’에 있다. 36협정의 정식명칭은 ‘시간외·휴일노동에 관한 협정서’이며, 노동기준법 제 36조에 근거하여 만들어져서 흔히 36협정이라고 부른다.
이 협정의 주요 내용은 노사합의가 있다면 법정시간 외의 노동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결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번 근무 간 인터벌 제도 도입에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36협정에 근거하여 야근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후생노동성은 향후 36협정의 재검토와 수정을 통해 근무 간 인터벌 제도의 대기업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 도입과 실시에 대한 회사원들의 반응은 회의적
이번 근무 간 인터벌 제도 추진에 대한 회사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29일 늦은 저녁 도쿄역을 찾았다. 많은 회사원들이 야근과 회식 등을 마치고 피곤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 중 몇 명의 회사원에게 이번 후생노동성의 발표와 관련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상사(商社)에서 영업담당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타카하시(가명)씨는 “이번 발표에 상당히 실망하였다. 어디까지나 장려이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과연 어느 회사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할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원이 없다”라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야근을 마치고 함께 귀가 중이던 동료 직원 마에다(가명)씨도 “중소기업만 대상이고 강제성도 없기에 정부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롄)에 진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법적으로 강제화하는 것이 최선임을 모두가 아는데 정부만 모른 척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불금의 회식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이가라시(가명)씨는 “지나친 잔업은 위법이고 노동착취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잔업을 줄이는 회사에 보조금을 줄게 아니라 잔업을 강요하는 회사에 벌금을 물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만 해도 일찍 퇴근하는 직원은 의욕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답해준 다른 회사원들도 대체적으로 이번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긍정적 답변은 좀처럼 듣기가 어려웠다. 과연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제 제도도입까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