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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조윤선 문체부장관 후보자, 장녀 ‘취업’이 아니라 ‘인턴’ 청탁?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장녀의 특혜 인턴 논란에 휩쓸렸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윤선 후보자의 장녀 박모(22)씨가 자격미달에도 불구하고 YG엔터테인먼트와 현대캐피탈 등에서 인턴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조 후보자의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박경미 의원의 폭로가 백 프로 사실이라고 해도 조 후보자의 행위는 공분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하다. 검찰지도층 인사들의 권력 남용 및 부패 의혹, 재벌기업들의 탈세 사건 등에 비하면 옹색한 수준이다.
오히려 조 후보자의 딸과 같이 부러워할 것 없는 젊은 여성이 고작 인턴 자리에 가려고 모친의 권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인턴자리는 취직자리도 아니다. 향후 취업에 대비하기 위한 ‘스펙’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의 지도층들이 이제는 자녀에게 좋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서슴없이 권력을 동원한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조 후보자의 탈선은 역설적이다. 한국청년들이 직면한 절망적인 취업난을 불쾌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슈퍼 금수저들이 좋은 기업 인턴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스펙 대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명문대 재학 중인 '슈퍼 금수저'가 여름방학 기간에 땀 흘리며 ‘인턴’ 근무
박경미 의원 주장에 따르면 박모씨는 2014년 7월1일부터 한달간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112만원을 받았다. 인턴 급여수준으로는 평균치 정도이다.
문제는 당시 YG엔터테인먼트는 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에 한해 3개월 동안 근무하도록 하는 인턴제도를 운용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살로 미국 뉴욕대에 재학중이었다. 학력 규정 및 인턴근무기간 규정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 조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마친 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이었다.
인턴 특혜는 현대캐피탈에서도 제공됐다. 조 후보자의 장녀는 2015년 6월22일부터 8월7일까지 현대캐피탈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278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박 의원은 “현대캐피탈의 인턴 지원 자격도 대졸자 혹은 2016년 2월 졸업예정자로 명시돼 있지만 조 후보자의 장녀는 2017년까지 뉴욕대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와 각별한 친분관계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조 후보자의 장녀는 ‘슈퍼 금수저’이다. 어머니인 조 후보자의 재산은 50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 8개월간 총 소비액은 18억3000만원이라고 한다. 연간 5억원 정도를 흥청망청 소비해온 것이다.
조 후보자의 장녀 본인도 대단하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뉴욕대에서 공부하면서 여름방학 기간에 한국에 나오면 국내 기업 인턴으로 일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성취지향형의 대학생이다.
미국 유학생중 여름방학 기간에 귀국하면 향락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에 비하면 조 후보자의 장녀는 건실하다. 어머니의 힘을 빌려서라도 사회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해온 셈이다.
슈퍼금수저들이 일류기업 인턴 독식한다면 제도 변혁 필요
한국기업들은 최근 수년 간 신입사원 공채 시 인턴경력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아왔다.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창의적 인재를 뽑으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러나 슈퍼 금수저들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좋은 인턴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효율성이 아니라 공정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일류 기업 인턴 경험은 신입사원 선발의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금수저의 대물림을 영구화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것이 조 후보자 사태가 보여준 위기징후이다.